스샷의 철학 철학의 스샷1 아즈마의 느슨철학a
이전 글들에서는 아즈마 히로키의 정정하는 힘과 네이버 무협웹툰 화산귀환을 같이 읽으면서, 일본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아즈마 아재가 일본사회를 비롯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조금씩 정정하며 바꿀 수 있을지 화산귀환의 환생한 청명이와 비교하며 살펴보았다.
이제 책을 반납하고 또 무슨 책을 빌릴까 찾는중에 아즈마의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중에서도 두께는 두껍지만 초반에 세 페이지씩 짧은 글들로 가득한 느슨하게 철학하기 라는 책과 마주쳤다. 이 또한 고등학생 정도 수준으로 느슨하게 풀어쓰는 에세이들로 브런치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함께 읽어보기에 매우 적합하여 즉시 대출 당첨!
그 아즈마의 짧은 에세이 중에서도 518 광주 역사에 대한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한 글이 널리 알려진 한국의 천만영화이기도 하고 아즈마 히로키에 대해 처음 읽기에 부담감이 적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젊은 철학자는 과연 광주의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해 혹시 알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영화를 볼까
내가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하루키도 종종 이야기하는 68년의 전공투 세대나 아사마 산장 사건에 대해 이름은 들어봤듯이, 아즈마 아재도 80년 오월광주에 대해 이름 정도만 알다가 출장으로 광주를 방문하여 좀 더 알게 된 듯하다.
처음에는 폭동이라고 잘못 알려졌으나 민주화 정부 이후에 높은 평가를 받아 공원과 미술관 박물관 등이 생기고 관광 코스도 만들어졌다. 아즈마 아재는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다른 책에서 무려 체르노빌 원전을 관광하는 내용을 낸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와 비슷한 비극적 관광지의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바로 옆 나라임에도 서로의 현대사에 대해 그다지 알지 못하는 건 역시 공교육의 문제가 크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런 상대방의 역사에 대한 무지로 인해 외교나 무역을 비롯해 유무형의 손해와 쓸데없는 혐오 감정을 쌓고 있지는 않은가.
사실 만화같은 서브컬처나 케이팝 아이돌같은 대중문화를 이미 상당수 공유하며 같이 즐기고 있는데 여전히 공적 차원에서는 일본에 대해 과거사 반성과 청산이라는 문제에서 그다지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서로 간에 필수 공교육에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협의해서 같이 가르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이 45년 패전 이후로 미국과 전쟁하다가 미국의 동맹국이 되는 등 다른 나라가 되었다고 여기듯이, 한국도 광주 민주화운동과 87년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투쟁 이후로 많은 부분이 군사독재 시절과는 다른 나라가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이 45년과 87년이라는 간격이 바로 아즈마 아재가 볼때 한일간의 어긋남을 만들어내는 무지의 거리가 아닐까 하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32년이라는 두 세대가 넘는 시간은 개인이 혼자 공부해서 넘기에 정말 쉽지 않으니까.
재밌게도 바로 그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농촌의 일상과 범죄에 대해 다룬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고 이 영화 또한 한국의 대 배우 송강호가 주연이다. 또한 21세기 이후 전통과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에 빈부격차와 계급투쟁에 대해 다룬 명작 기생충 또한 송강호가 주인공이다. 이런 대중문화의 대표격인 영화 중에서도 한국을 잘 다룬 역사적인 명작이 많이 나왔다는 건 한국의 대표적인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한일 공교육에 근현대사 강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역사에 대한 영화같은 대중문화가 그 대리보충이 될지도 모른다.
아즈마 아재는 연기도 감동적인 이런 명작을 많은 일본인이 보았으면 한다며 대중잡지에 연재글을 올렸는데, 기왕 한국에 번역 출판을 하는 김에 일본의 역사를 알 수 있을만한 대표적인 영화나 배우도 추천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주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건 아스마 시게히코 같은 일본 대표 영화 비평가의 책이 요새 번역되어 출판 중이니 그쪽에 물어보는 걸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