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샷의 철학 철학의 스샷 4 아즈마의 느슨 철학 d
6월의 마지막 날 다들 7 8월 여름휴가를 구상할 즈음이다 그런데 만약 여행 당일에 하필 비행기가 결항이라면? 보통 운수 나쁜 날이네 하며 발을 동동 구르기 마련이지만 아즈마 아재같은 철학자는 어떨까 혹시 운수좋은 날로 만들 수 있을까
아즈마 아재는 매년 설 연휴마다 가족과 함께 북쪽 홋카이도로 스키 여행을 가는데 공항에서 갑자기 폭설로 인해 비행기 결항 소식에 마주친다. 아직 홋카이도 신칸센도 완성 전인 시절이라 육로로 도쿄까지 돌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마치 ktx 개통 이전에 서울에서 부산가는 것보다도 더 멀고 험한 거리와 지형인데 이럴 때 한 가정의 가장이자 유명한 철학자 아즈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론 철학자라고 해서 무슨 뾰족한 비법이나 초능력이 있지는 않다. 공항에서 삿포로로 가서 거기서 또 하코다테로 갔다가 신아아오리로 갔다가 어쩌구 저쩌구 우여곡절을 거쳐 무려 열 시간을 걸려서 겨우 도쿄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 예상외의 장장 열 시간의 여행에 보통 짜증내고 스트레스받는 사람도 많을텐데 아즈마 아재는 꽤나 즐거워한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아즈마 아재가 철학자답게 세세하게 작은 디테일을 잘 관찰하고 숨어있는 의미를 스스로 상상하고 창안하는 관찰력과 상상력이 있어서가 아닐까.
열차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에 불과하지만 스키장에서 멀리 보이던 산이 여기였구나 스마트폰의 지도앱에 보이던 이 호수가 여기인가 하며 아즈마는 자기 머릿속의 세계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추상적으로 말하면 아즈마는 여기서 '경로의 재발견'을 경험하는 것이다.
마치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 뛰어난 산책자는 익숙한 길에서도 길을 잃어버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역설했듯이, 아즈마 아재는 매년 가족과 갔던 그 익숙한 홋카이도 스키 여행길에서 비행기 결항이라는 사건이 생기자, 기존의 길을 잃어버리고 새 길을 찾으면서 풍경을 새롭게 재발견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이런 관광중에 생긴 사소한 사건이 아즈마의 다른 책 관광객의 철학이 탄생하는데 기여했을지도.
우리들, 현재인은 다들 항상 시간은 금이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지겹게 들으며 살았고 그래서 항상 어딜 이동하든지 최소경로 최소시간으로 가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신체적 이동 뿐만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는 비물질적인 검색 기술도 그렇다. 하지만 이는 인생의 풍요로움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빼앗기는 불행한 삶의 방식은 아닐까? 심지어 그것이 휴가라면 더더욱 그렇다. 애초에 휴가는 효율성이 아니라 평소의 일상에서 벗어나서 뜻밖의 사건이나 만남을 즐기기 위한 시간이니까.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이 나를 사로잡아 버리듯
평소에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백 번 넘게 가본 그 길에서 벗어나 오분쯤 헤매다 보니 가본 적 없는 동네 식당에서 키우는 듯한 검은 고양이와 마주쳤다. 아주 사소하지만 마치 예전에 제주도에서 이름 모를 검은 고양이와 마주쳐서 츄르를 나눠준 여름휴가의 기억이 나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모두 그러한 의외의 사건에 인생이 기뻐지는 즐거운 여름휴가가 되기를
Ps.6월도 이제 끝 한해의 딱 절반 터닝포인트
새해 때 원하시던 일 모두 이루기를
모두 건투를 빈다 물론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