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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현상 수배, 만화 원피스 , 철학자 지젝

시와 만화와 철학의 삼위일체 비빔밥?

by 스포쟁이 뚱냥조커




현상 수배. 사진 속의 범죄자 그가 웃고 있다. 슬며시 귀가 날아가고 눈이 없어지고 조금씩 온몸이 산산조각나도 그는 웃고 있다. 그는 위험 인물이고 계속 또 위험한 일을 벌인다 사실은 그도 자기 자신을 현상 수배중이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이쪽을 넘보면서 계속 위험한 일 속으로 뛰어든다 즉, 모험을 떠난다.




단 1권이라도 만화 원피스를 봤다면 위의 시를 보고서 원피스의 주인공 몽키 D 루피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무한히 가까우리라. 처음엔 그저 동료도 배 하나도 없는 주제에 해적왕이 되고 싶다는 헛소리를 자신있게 외치는 이스트 블루의 꼬맹이였지만, 그는 동료 항해사 나미를 구하기 위해 동쪽바다 최대의 악당 톱날상어 아론을 잡고 바로 세계정부에 의해 3000만 베리의 현상범이 되었다.


그리고 25년 넘는 장기연재 끝에 지금은 태양신 니카의 전사 라는 설정까지 더해서, 마치 서유기의 제천대성 손오공을 떠올리게 하는 놀라운 변신을 하고 수많은 모험을 거쳐 무려 처음의 100배 30억 베리의 현상범이 되었다. 그는 분명 해적이고 세계정부가 지정한 흉악한 범죄자인데 가는 곳마다 악당을 박살내고 새로운 동료를 만들고 그곳 주민들은 루피를 환영하며 또 와달라고 간청한다.


아마 루피도 자기도 몰랐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계속 새로 찾기 위해 스스로 악당이 되고 현상 수배금이 올라가는 걸 은근히 즐기는 게 아닐까? 아마 우리는 그런 삶의 과정을 투쟁 또는 모험이라 부른다. 우리가 두려워하지만 또한 동경하는 삶.



그리고 이러한 고통스럽고 불편한 모험적인 삶에 대해 말한 현대 철학자는 대표적으로, 헤겔과 라캉을 영화같은 현대 문화와 연결지어 삐딱하게 보고 변용하고 유머스럽게 역설하는 동유럽의 기적 슬라보이 지젝이 떠오른다. 80세에도 세계 각국을 다니며 조커 영화와 라캉 헤겔 철학을 주제로 혁명과 투쟁을 강연하는 지젝처럼 시와 만화와 철학을 같이 이야기하는 비빔밥을 내가 잘 비벼서 요리할 수 있을까? 뭐 대단한 재능도 없고 거창한 계획도 없지만 이럴 때야말로 나는 아니 우리는 베케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마치 지젝처럼.


실패하라


또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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