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하와 이영도를 위하여
느린 대지 드래곤의 여름밤 / 20250724 이상하
-유 하와 이영도를 기억하며
땅
드래곤이 출발한다 땅을 기어간다
날개를 잃어버린 용
저 검은 산 너머에 아직 못찾은 내 둥지가 있을까
날개를 분실해도 애초에 없었어도 기어간다
개천의 용들도 모두 멸종위기 지하에 숨는 시대
용마저 자기만의 다락방에서 덕질만이 구원인가
일곱 모이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드래곤볼도 요즘 아해들은 모르고 나 혼자만 레벨업하고픈 세계
평생을 기어도 완벽한 절정의 도파민엔 닿지 않아
사실은 산을 오르고 올라도 오르가즘은 없지용
느린 모험
느린 절정
산을 오르는 건 저기에 산이 있으니까?
노노 느릿하게 언덕타는 오르가즘의 협주곡
태평양보다 황해에서 파도타는 고래잡이 바틀비*
전설의 백경을 잡지 않아도 괜찮아
자유와 복수를 따라간다면 어디든지 북극항로야
얼어붙은 빙하를 깨부수는 도끼로 둔갑해볼까
어스 드래곤을 만 톤급 쇄빙선으로 변신시키는
오크 나무 속으로 스며들어 떠나는 마법
천천히 전희를 즐기며 책상 위 맞이한 여름밤
여행이라는 마법은 장소가 아닐 테니까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