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잠드소서 위대한 헐크호건
화가 나면 누구든 이기는 초인으로 변신하는 상상
그리스로마 신화시절부터 존재했던 그런 꿈
그런 신화를 온몸으로 티비 앞에서 보여주던 인간
미국 프로레슬러의 아이콘이지만 그걸 넘어서
미국인, 아메리카 드림의 구현 실체화 그 자체
그저 미국 촌동네 스포츠였던 레슬링을
미국 전체에서, 아니 전세계인이 즐기는 경기로
홀로 지구를 들어올린 대머리 거인 헐크 호건.
대놓고 가면을 쓰고 미스터 아메리카로 나와도
누구나 대번에 알아볼 수밖에 없는 미스터 호건.
때때로 어떤 위대한 개인, 위인의 죽음은
한 시대의 종언을 상징하기도 한다지.
미국 자체를 상징하는 엄청난 선수다 보니
걸프전 때 아랍인 분장 선수를 두들겨패기도 하고
작년 대선 때 공화당에서 연설에 올라서
그의 장기인 티셔츠 찢기를 수천만명에 보여주며
70세에도 헐크는 건재하다 과시했지만...
인종차별 논란 등으로 wwe 명예의전당 퇴출위기!
동료들의 도움으로 영구 퇴출까진 번복되었지만
이제 그의 시대가 지났다는 건 명백한 징조.
몇년 전에 축구의 상징이던 펠레와 마라도나도
하나 둘 갔듯이 그도 멀리 쉬러 떠나셨다
세계의 헤게모니를 주도하던 미국의 시간도
이제 트럼프와 함께 슬슬 저무는 석양을 보는가
어쩌면 트럼프 이전의 트럼프가 바로 호건이지
어쩌면 호건과의 작별이 바로 신호탄인가
사실 난 헐크 호건의 전성기 때는 너무 어렸지
내가 제일 좋아하고 라이브로 봤던 레슬러는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이었지
그때 이미 호건은 50대. 링에 선다는 자체가
경기에 올라온다는 자체가 위대하고 멋있었지
그리고 스톤콜드와 헐크호건은 너무나 멋지게
시대의 아이콘인 서로를 존중해 줬었지
호건의 행적에 개인적으로 불호일 순 있지만
그의 삶을 리스펙 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어렵지
이제 부디 편히 쉬기를
오랜만에 유하 시인의 시 하나를 읽으며
미국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 호건을 보내준다...
한 소설 제목처럼 쇼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네 인생이 바로 최고의 쇼 자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