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시인과 자장곱빼기라는 재즈댄스 추기
재메이수령햄의 당선기념 은혜 민생회복쿠폰.
어차피 난 서울 밖으로 나갈 일도 거의 없으니
지역화폐 서울페이로 신청하니 다음날에 들어왔다
과연 꽁돈으로 첫 공짜 점심은 뭘 먹을까
이리저리 요리조리 고민하다 보인 짜파게티 껍데기
그래 짜파게티로는 만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지
내 혀와 장을 달래주러
여름 첫 짜장면을 먹으러 햇살을 가르고 달린다
대문부터 민생쿠폰 서울페이 환영이라는 중국집
역시 다른 건 몰라도 물가는 싸다 짜장 육천원
호기롭게 곱빼기로 시키고 후루룩 삼킨다
단무지에 냉수까지 벌컥벌컥 마시니 자 이제
계산의 시간인가 짜잔 서울페이를 내미는데
또잉 짜장 곱빼기는 팔천 원이라 하신다
이상하다 짜장면에 곱빼기는 천원 추가 아닌가
그게 대한민국의 암묵적 국룰이 아니었다니
그렇지만 이미 다 먹고나서 겨우 천 원에
그깟 천원 차이로 다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그냥 알겠다고 결제하고 나왔지만
뭔가 꺼림칙한 망령이 내 심장을 떠다닌다
혹시 이게 바로 민생쿠폰으로 인한 물가상승인가
아니면 그냥 내가 만만해보여서 바가지를 씌웠나
나는 왜 이렇게 조그만 것에만 분개하는가
그렇게 왠지 나 자신을 자책하던 차에
유하 시인의 시 삼킬 수 없는 노래를 만났다
어미를 자기 입에서 키운다는 시클리드 물고기
삼킬 수 없는 무언가를 머금은 존재는 아름답다
봄비를 머금은 나무처럼
그리고 나는 분명 아까 노래를 불렀지
오랜만에 자장면 곱빼기로 즐겁다는 맛의 노래
그 노래는 삼킬 수 없지 머금을 때 아름답지
아마 아까 천원으로 맘 상할 뻔한 말도 그럴까나
우리는 별거 아닌 종종 작은 것들에 분노하지
분개하는 마음 자체야 잘못될 것은 없겠지만
분노를 함부로 뱉으면 머금는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로마네 꽁띠같은 와인의 고급진 맛 아니더라도
동네 짜장면의 달짝지근함도 내 혀에 오래 머문다
그 달짝 거림을 혀 속 위장에 간직하는 연습
어린 자식들을 입 속에서 기르는 물고기처럼
미소가 머무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