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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쟁이 뚱냥조커 Jul 12. 2019

사진에세이-청주 미술관2 여성의 신체,백남준의 데???

일년에 한 두번쯤 미술관 걸어보기

지난 글에 이어 청주 현대미술관 1층에 대해 나의 주관적인 너무나 주관적인 감상과 잡다한 아무말 대잔치를 계속해보자. 미술관의 도슨트 분께서 다음으로 설명해주시는 작품은 일종의 갑옷 또는 로봇같은 전시물이었다.


이 조형물은 한쪽 다리가 없고 팔도 한쪽은 뭔가 기괴하게 되어있다. 도슨트 분께서는 처음 이걸 보시 어떤게 생각나냐고 물으시니 나는 서브컬쳐 덕후로써 자연스레 일본 애니스러운 캐릭터들을 떠올렸지만, 미술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말하기엔 부끄러워서 잠시 머뭇거렸다. 허나 도슨트 분은 마치 내 마음을 눈치챈듯이 자신은 이걸 보면서 에반게리온이나 공각기동대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육감적인 몸을 가진 여성캐릭터를 떠올렸다고 대놓고 말하셨다.





에반게리온의 레이나 아스카 또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몸매의 여성 캐릭터 사실 남성의 눈과 손으로 마치 기계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여성주의 페미니즘적인 시선에서 보면 남성중심주의적인 시선을 만화를 통해 재생산하는 장치가 만화와 애니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 도슨트 분께서는 조심스럽지만 그런 어투로 조곤조곤 비판적인 페미니즘적 예술에 대해 알려주셨고 나도 대체적으로 그런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옹호하지만, 그래도 이제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1차원적 비판을 넘어서 더 높은 차원으로, 실제로 남성이 이걸 어떻게 수용하고 자기 안의 남성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게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좀더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주디스 버틀러도 미셸 푸코도 이런 주체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정에 관심을 가졌기에 스피치 액트나 대항품행 같은 철학적 개념들을 발명하려 힘쓴게 아니었을까


 미술관은 논쟁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기에, 이는 사이토 타마키의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 책과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책에 대한 리뷰로 따로 상세히 다뤄보기로 하자. 기본적으로 일본 만화와 애니에 대한 책이기에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다음으로 본 작품은 다소 거대한 기계로 이루어진 옛날 로봇같은 녀석이었다.



옛날식 반도체같은 부품이 기괴하게 붙은 이 작품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이다. 헬로 미스터 오웰같은 유명한 작품들과도 분명 비슷한 느낌이 있기에 백남준의 예술이라는 것은 알수 있었지만 로봇같기도 하고 그냥 기계덩어리 괴물같기도 한 이 작품으로 대체 백남준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도슨트님의 설명으로 이 작품의 이름을 알게 되니 해석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사진상으로 왼쪽에 작게 이름이 나와있듯이, 이 작품은 바로 프랑스 근대 철학의 시조 데카르트를 형상화해서 백남준이 표현한 작품인 것이다. 그렇기에 마치 이등신 만화 캐릭터처럼 머리가 전체 몸에서 엄청나게 비대한 괴물같은 존재처럼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이 작품의 뒷면을 보게 되면 의미심장한 백남준의 낙서가 남아있다.



영어로 '이해할 수 없는 남자'라고 위쪽에 백남준은 메시지를 남겼고 중간부분엔 르네 데카르트라는 이름 중에서 르네 라는 성 부분을 지우듯이 줄을 쳐놓았다. 21세기의 철학 전공자가 읽어도 여전히 난해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나 성찰같은 고전을 백남준이 이해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머리만 큰 사람 또는 계산기계 같은 존재로 여겼던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 작품명을 그의 르네 데카르트 라는 이름 중에서 르네 부분은 삭제하고 데카르트라는 이름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이해불가능한 사람이지만 그는 인류 역사에 남을만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라는 코기토로 데카르트 자체가 근대 이후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다는 것,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는 점을 백남준도 인정한다는 하나의 존경의 표시 이리라.



이 외에도 많은 전시물이 있었지만 나를 멈춰서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예술 작품들에 대해서 주로 말해보았다. 다른 분들도 청주에 가신다면 꼭 국립 현대미술관에 들러보셔서 잠시 산책하는 시간을 내보시길 권한다. 공공기관이라 요금도 대부분 무료다. 청주가 멀다면 서울에도 무료 미술관이나 전시회가 있으니 바람도 쐴 겸 가보아도 좋겠다. 나도 다음에 서울 미술관을 들리고서 여기에다가 또 사진 에세이를 올리면 즐거리라


20세기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이제 사진같이  예술 자체가 복제가되어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가 없는 시대엔 원본의 고유한 분위기, 아우라가 무너진다고 말했지만, 미술 회화도 그렇고 조형 작품도 그렇고 실제로 보는 것과 사진상으로 휙휙 넘겨보는 것은 감상의 태도 자체가 달라진다. 그리고 감상의 태도가 달라지면 감상과 해석의 본질조차도 변하는 것 아닐까. 그렇기에 여기에 인상적이었던 작품 사진을 몇장 더 올려둔다. 여러분도 직접 산책하며 감상하고 해석하는 기쁨의 시간을 누리시기를.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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