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카프카/리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1기 후기

리제로 1기 애니 5회 차 후에 흘러나온





애니로 환생하는 카프카 / 20260201 이상하

- 리제로 애니 1기 후기



노력하는 척

찐따, 이계 무저갱

구원의 연쇄



카프카의 소설 소송 첫 문장은 그렇게 시작한다.


-누군가 요제프k 씨를 중상모략한 게 틀림없다. 그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도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카프카의 소설 주인공처럼, 리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생활의 주인공 18살 스바루는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가 편의점 갔다 온 길에 갑자기 판타지 이세계로 던져진다. 그저 등교거부하고 집에만 틀어박혔다 정도 외엔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도.


천만 다행히도 말은 통하는 이세계지만 대체 나는, 스바루는 왜 여기로 던져진 걸까. 다른 판타지 이세계 소설처럼 남을 말 한마디로 죽인다던가 하는 엄청난 사기 능력도 없이 그저 죽어도 다시 과거 시점으로 회귀하는 것 외엔 정말 아무 특별한 능력도 없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판타지 이세계에서 적응하려고 생전에 한 번도 한 적 없는 노력들을, 남에게 친해지려고 먼저 말을 걸고 요리나 청소같은 일을 배우고 처음 왔을 때 자기를 도와준 히로인 에밀리아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한 부단한 노력끝에 나름 타인들에게 인정도 받고 여주 에밀리아와 렘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성공의 경험과 기억들이 또한 차후 잘못된 판단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고, 그런 어긋난 선택들이 모여서 주변 인물들이 모두 죽어나간다. 주인공 스바루는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는 절망의 무저갱에 빠져버린다.


어떤 선택을 해도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자기 주변 모두가 죽는 반복된 절망의 구덩이 속에서 스바루는 멘탈이 완전히 부서져서 이제 그저 다른 나라로 도망가고자 한다. 그리고 자기를 믿어주고 호감을 보이는 렘에게 자기를 선택해달라고, 자기와 같이 다른 나라로 도망치자고 한다. 어차피 나는 아무 노력도 해본 적 없는 쓰레기고 항상 도망치기만 했으니 이번에도 도망치고 싶다고.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달콤한 말.

좋아하던 야구선수의 그런 말을 학생이던 10대 내내 가슴에 새기고 다녔지만 그렇다면 노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누가 판별해주는 걸까. 과연 그걸 누가 가려낼 수 있을까. 그저 결과가 좋으면 진짜고 나쁘면 가짜였을 뿐일까


내내 그런 의문을 품고 살았는데 이 리제로 애니의 렘은 나름의 답을 내놓는다. 스바루는 이미 자기를 구해준 사람이라고 당신은 나의 영웅이라고. 당신의 노력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이미 당신의 수많은 시도들에 구원받았고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구원이 구원을 부르는 연쇄의 서사.


그런 생이야말로 어릴 적부터 원하던 생....


비어가던 목마른 영혼에 감사의 한 잔.



Ps. 사실 나는 이 애니를 16년에 처음 나왔을 때 1화를 보고 하차했었다. 그저 그 당시 홍수처럼 쏟아지던 현실도피용 양산형 라이트노벨의 하나에 불과한가 하고 1화만으로 속단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치지직에서 같이보기로 여러 명의 스트리머와 함께 감상을 하고 후기를 찾아본 뒤 10년 전의 자신을 반성하기로 했다. 분명 이 애니는 초반부에 외향성 찐따에 가까운 주인공의 모습에 몸서리칠 만큼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 또한 후반부의 극복과 감동 서사를 위한 빌드업임을 1기 전체를 보고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다시는 애니든 소설이든 초반부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않겠다. 여러분도 낯선 세계로 갈 때 그런 감상의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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