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름이 무병장수하기를
그냥 그럴 때가 있다. 맥없이 자꾸 처지기만 하는 때.
더위 탓으로 돌리고 싶다가도 생각 몇몇이 머리를 맴도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때가 오면 잠이 부쩍 많아진다.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졸리다.
일종의 무의식으로의 도피라고들 하던데, 자고 있어도 영 눈 감은 것 같지 않으니 그다지 추천할만한 도피처는 아닌 것 같다. 잠이 오지 않을 때 가까이하곤 했던 영화도, 책도, 핸드폰도 가능하면 멀리한다. 출퇴근길의 bgm도 연주곡으로 한 곡만 골라 연속 재생으로 듣는다.
그리고 걷는다. 자주, 오래 걷는다. 조용히 걸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간다.
차곡차곡.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를 0으로 되돌려놓는 나만의 리추얼이다.
당장의 일로 엮인 관계는 세심하게 챙기면서 정작 주변은 잘 살피질 못한다. 사실은 관심이, 흥미가 없으면 보고 있어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의외로 무신경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 모든 관계가 각자의 중력에 의해 떠밀려오고 떠밀려가는 파도와 같다는 걸 알면서도, 내 파도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잔잔한 바다를 그리워하면서도, 여전히 일렁인다.
그 바다에는 호명의 기능을 잃어버린 이름들이 떠다닌다. 섣불리 만들어져 채 불리기도 전에 사라진 이름들, 누군가의 아내와 아빠가 된 이름들, 일찍이 생로병사를 거쳐 가라앉은 이름들. 한차례 파도가 들썩이며 밀려간 후 찐득하니 남은 갯벌에서 깊숙이 파고들어 끈적인다.
그럴 때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인연에 지나친 낭만을 품지 않으려고, 떠밀려가지 않은 인연에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형님이 짚어주셨던 ‘모든 건 노력이지만 애쓰지는 말자’를 자주 되새겨 읊조리는 요즘이다.
애쓰지 말자는 다짐은 결국 현재의 내가 부단히 애쓰고 있다는 역설의 브레이크일 텐데.
대체 난 무엇을 위해 애쓰고 있는 걸까. 언제쯤 애쓰지 않을 수 있을까. 애쓰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을까.
모노애말. 모노애말. 모노애말.
요즘은 그냥 그런 때인 것 같다.
/ from 에세이드라이브 글감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