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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May 09. 2022

차승원이 날 울렸다

퀵 실버 (Quick Silver) 7 -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자료출처 : 네이버 <선생 김봉두>


20년전 이혼을 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한동안 방황을 하던 시절. 면접권이라는 명목아래 큰딸과 X와이프의 만남이 있기 전날 밤, 나는 4살밖에 안 된 딸아이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었다.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아빠랑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하지만 그 어린 딸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나의 눈치만 보다가 잠들었고 결국 다음날 아침 헤어진 엄마를 만나러 갔다.


큰딸은 엄마의 정이 그리웠고, 엄마와 함께 한 기억이 있고,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방에 몰래 옷가지를 이미 넣어 숨겨둔 조그만 배낭을 보고 알 수 있었고, 아빠인 나도 충분히 이해를 해야했다,하지만 서운하고 속상하고 슬펐다.


딸아이가 없는 빈방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마음을진정시키려고 컴퓨터를 열어 다운 받아놓은 영화를 뒤적이다가 한국영화 <선생 김봉두>를 플레이시켰다. 코미디 영화로 기억되는데 웃음이 나질 않았다. 학생을 회초리로 때리며 우는 차승원의 연기에 그만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3시간을 눈물,콧물 흘리며 울었다.큰딸을 보낸 가슴 아픔에, 이런 답답한 현실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날 이후 나는 영화를 보면서 큰딸에게 훗날 들려줄 용서와 사과를 일기로 기록했다.(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진진하게 기록을 남겨두었다)


그런 큰 딸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세월이 금방 지나갔다.이제는 X와이프를 만나도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귀가 시간이 늦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버린 딸아이를 나는 믿기 때문이며, 그 또한 딸아이의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 tvN <우리들의 블루스>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오랜만에 차승원을 만났다.실버가 되어 버린 차승원을 보는 것 그 이상으로 , 그의 대사와 눈빛 눈물 등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장으로서 장남으로서 남자로서 참고 버티고 해결해야만 하는 그의 심정이 너무나 절실했고, 다름 아닌 그 모습이 내 모습이기도 했다.골프유학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아내가 차승원에게 당신, 할 만큼 했어라며 위로를 해주는 장면이 아직도 선하다. 그 기준은 누가 정하고 평가는 또 누가 하는지는 몰라도, 당사자인 부모(끝까지 자식을 도와주지 못하는)는 알 수 있는 그런 순간을 드라마는 잘 캐치했고 나는 공감했다.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차승원이 또 날 울렸다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다른건 몰라도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차승원을 비롯한 다른 어른들(실버들)의 책임감이 난 좋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렇게 자식과 가정을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살아가는 실버들이 있다는 것을 나의 자식들은 조금은 느끼고 살아가주길 바란다.

효도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딸자식 대학만 보내면 고깃배 타고 낚시만 하고 싶은 다 늙은 아빠의 작은 바램도 사치가 아니길…

구멍난 양말을 신고 열심히 오늘도 달리며 살아가는 다 늙은 아빠의 열정이 궁색하지 않기를…

마지막 학기의 등록금을 보내며 다 내 주지 못한 다 늙은 아빠의 보탬이 어색해지지 않기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걸


Old? Alled!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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