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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May 04. 2022

가슴을 휘젓는 노래

퀵 실버(Quick Silver) 6 -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중식이> - 나는 반딧불

 

숨이 턱 막히는 노래 가사를 듣고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애절한 남자 보이스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한 소절 한 소절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들이 나의 가슴을 강타했다. 지금의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중식이> 나는 반딧불 중에서     

자료출처: 유투브 <PurplePine>

                                            


이 가사를 살짝 바꿔서 나에게 맞춰 바꿔본다면,     


나는 내가 여전히 젊은 줄 알았어요

한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실버라는 것을

이제야 느껴요 난 늙었다는걸     


<중식이>라는 가수의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어느 순간 부터는 노래가사를 살짝 바꾸어 부르는 나를 발견했다. 노래가 좋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좋았다. 두 딸에게 들어보라고 유투브 링크도 보내서 힘들 때 들어보라고 했다.     


요즘 쓰는 말 중에 근자감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란 뜻이다. 보통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인데...생각해보니 나는 이런 근자감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온 사람이다. 주눅 들지 않고 늘 자신감 하나로 똘똘 뭉쳐 살아왔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밀어 부치며 살아왔다. 좋게 말하면 짱과 용기, 그리고 자신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허세, 폼, 구라, ㅇㅇ척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잘 난 줄 알고 살아왔다.

나는 내가 잘 한 줄 알고 살아왔다.

나는 내가 잘 될 줄 알고 살아왔다.     


과거형이다. 이제는 조금 아니 많이 수정을 해야 할 것 같다. 겸손할 줄 알고 분수를 알고 현실을 알고 자신을 알아야 겠다. 그렇다고 자책하거나 기죽어서 살지는 말자.     


나는 내가 못 났다는 걸 알고 살아갈거다

나는 내가 못 해 본 걸 하며 살아갈거다.

나는 내가 못 해도 실망하지 않고 살아갈거다.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스무살 시절엔 사랑의 간절함과 설레임 그리고 애뜻함들이 가득한 노래들이 나의 귀와 가슴을 즐겁게 했다면 어느덧 50이 훌쩍 넘은 지금은 중년 남자의 인생을 바라보는 노래들이 참 좋다. 최백호의 노래들이 점점 좋아지는걸 보면 실버가 된 것은 분명하다.


왜 좋은 노래들은 나의 가슴을 휘젓는 것일까?      


먼 아주 멀리 있는

저 바다 끝 보다 까마득한

그곳에 태양처럼 뜨겁던

내 사랑을 두고 오자

푸른 바람만 부는

만남도 이별도 의미없는

그곳에 구름처럼 무심한

네 맘을 놓아주자     

<최백호>의 바다 끝 중에서     


그래. 오늘은 그렇게 나를 억압하고 짓눌렀던 나의 마음을 놓아주자.5월 라일락 향이 물씬 풍기는 이 봄바람에 나의 마음을 놓아주자.멀리 멀리 날아가도록...     


Old? Alled!

사람은 모두 늙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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