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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Apr 23. 2022

부자보다 이빨

퀵 실버(Quick Silver) 5 -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자료출처 : 유투브 <먹두리>

왠만한 먹방에는 관심도 없던 나에게 바로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게 한 유투브가 나타났다. 먹두리라는 채널이다. 시골에 사는 3형제가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먹방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투박하고, 어설프다. 그런데 그것이 매력이다. 3형제가 물론 식성이 좋아서 잘 먹긴 하지만 농촌에서 일 끝나고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먹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반했다. 이들의 먹방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먼저 천국으로 간 막내 동생이 떠 오르곤 한다. 만약 동생이 살아있다면 우리 형제도 이렇게 먹방에 도전해 봤을 것 같은데...     


오리백숙을 먹는 장면에서 둘째 동생이 막내에게 나무라는 모습이 찍혔다. 막내가 먹다 버린 뼈를 들어보이며


“이런거 다 고기여...우리 부잣집아니여...이거 싹 먹어도 돼야...”     


“난, 뼈다귀 싫어~”     


“아니여, 이거 싹 깨물어 먹어야지...너 왜그르냐?”     


이 장면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부잣집이 아니라는 말에 웃고, 막내의 뼈다귀는 싫다는 어리광에 한번 더 웃고...     


나는 요즘 막내 동생처럼 뼈다귀에 붙어 있는 고기들을 먹지 않고 그냥 버린다. 부자여서가 아니라 이빨이 약해서다. 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나는 급작스레 양쪽 어금니가 빠졌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몸에 안 좋은 신호로 인해서 생긴 결과였다. 그후로 심장까지 안 좋아져서 많은 약을 먹다보니 임플란트는 고사하고 그저 남아있는 이빨만이라도 건강하길 바래야했다.

그러다보니 뼈에 붙은 고기가 그림의 떡이고,

소탐대실이라고 생각하니 고기가 아깝지 않더라는 생각으로 바뀐 것이다. 좋아하는 총각김치도 이젠 무는 놔두고 이파리만 먹게 되었고, 그 좋아하는 삼겹살의 오돌뼈는 아예 잘라서 버리고, 껌을 안 씹은지는 10년도 넘었다.      

생각보다 빨리 실버가 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빨을 보면 실버가 확실하긴 하다.

이빨이 약해지다 보니 먹고 싶은 음식도 많이 줄었고, 그리고 이젠 예전만큼 음식 맛도 잘 모르겠다. 특히 나의 식습관이 변한 것 중에 하나가 면요리를 자주 먹게 되었다. 이빨 탓이 크다. 후루륵 하고 입에 넣고 몇 번만 씹으면 넘어가니까... 돌도 씹어먹던 내가 이젠 아무거나 먹지 못한다.


슬프냐고? 아니...전혀...

누가 그랬다. 나는 남들 먹는 것 3배는 먹었으니까 이제는 좀 들먹어도 된다고...     


세상 전혀 부러운게 없는데, 딱 하나 부러운게 있다면 먹고 싶은거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이빨이 부럽긴하다. 하지만 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하게 되었고, 건강도 찾게 되었고,식탐도 줄었고, 식비도 줄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으니 이젠 좀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가려서 먹는 법도 알게되고, 내 신체의 약점을 알게되니 더 조심하게 되고,자연스럽게 고기보다는 생선을 그리고 채소를 좋아하게 되었다.     


만약 여전히 나에게 건강한 이빨이 있었다면 행복했을까?

고기만 더 먹었겠지...

억지로 살 뺀다고 또 다이어트하고 있겠지...

돈만 더 썼겠지...     


조금은 부족하고 아쉬운 게 좋을 나이가 되었다.

이빨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되는 오늘이다.          


Old? Alled!

사람은 모두 늙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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