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자려니...
대학시절, 난 정말 바쁘게 살았다.
동아리 활동 부터 연애 그리고 광고 공모전까지...
누가 시켜서 했다면 아마 중간에 스스로 중단했을 것 같다.
소위 열정 하나만 갖고 수 많은 밤을 지새며 바쁘게 살았다.
그땐 어렸으니까, 철 없이 순수했으니까 그랬나 싶다가도 30년이 지난 이 나이가 돼서도 여전히 바쁘게 사는게 계속 되고 있는 거 보면 팔자려니 한다.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방학내내 도서관과 프레스센터를 드나들며 자료를 수집하고 에어콘도 안 나오는 교내에서 무더운 여름을 아이디어 낸 기억들.
광고가 뭐가 그리 좋았을까?
대행사에 다니는 카피라이터가 왜 그리 부러웠던지?
그래서 무작정 공모전을 통해서 대행사로 가기 위한 도전을 했던 것 같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건 00전자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아주 우연찮게 현업의 카피라이터를 만나고 난 후 조금씩 나의 광고 인생은 시작되었다.
대학생이면서 회사 인턴을 하는 나의 2중 생활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대행사 명함도 받으니 어깨가 적어도 50cm는 더 넓어졌을까? 완전 뿜뿜이었다.
오전에는 학교에 가고 수업 끝나면 회사로 출근하는 생활은 사실 꽤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작 인턴이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놀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내가 딴짓 안 하고 그 생활을 하는게 기뜩해 보였다.
뿌듯했다. 남들보다 이렇게 먼저 기반을 잡으면 더 빨리 나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고생을 감수 했던 것 같다.
바쁘게 사는 동안 연애도 식어갔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만남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땐 나의 꿈을 실현하는게 제일 우선이었으니까...그들을 돌아 볼 마음의 여력이 없을뿐더러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한거라 생각했다. 참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바쁘게 살아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직업? 꿈? 연봉?
글쎄, 만약 20대 시절 나에게 묻는 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음...자신감? 내가 원하는 걸 하게 됐으니까...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잖아”라고
나지막히 나의 말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