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하고, 하지만 또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닐 때. 난 그리워하던 그곳의 열망을 모조리 잃었다.
말이 많은 사람이 글을 많이 잘 쓸까. 많이 쓴다고 잘 쓰는 걸까. 말을 잘 못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 나야.
모르는 누군가에게 갑자기 반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런 걸까. 생각도 안 해본 스타일의 어느 모르는 누군가. 땅콩, 밤, 그 외 곡식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검은 봉지를 한 손에 들고 세상 편한 검은 티 검은 반바지에 슬리퍼, 슬쩍 보이는 문신을 한 팔로 내미는 현금, 결정적으로 다정히 눈을 맞춘 채 주고받는 웃음. 그 뒷모습을 지나며 동시에 내게 실망했다. 나라면 저럴 생각이나 했을까.
마음이 공중에 붕 떠서는 발 디딜 곳 없이 자이로드롭에 매달린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내 마음도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것이, 좌불안석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보다. 이럴 땐 글을 읽고 싶고, 책을 더 읽고 싶고,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자알- 쓰는 건 차치하고 일단은 많이 써두는 게 요즘 출판을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던가.
가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하고 답답할 때가 있는데,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버리면 다른 생각이 전혀 치고 들어올 틈이 없는 걸까. 오늘도 그저 멍하니 떠나보낸 버스를 그것도 지나간 지 한참 후에야 깨닫고 그 시점 내가 하던 생각은 이젠 집에 가야지 하던 것뿐이었단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 자신이 없다. 비혼 주의가 유행처럼 퍼질 무렵에도 아이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결혼이 수단이라 여기던 적도 있었는데, 이젠 사람들이 외치는 말들이 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왠지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게. 물론 나를 위해 살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생긴다는 게 두려워지는 현실이다. 전보다 요즘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