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니 차가운 냄새가 코에 닿는다. 일순간 다가온 찬 공기에 코를 씰룩거리며 에취. 재채기를 하고 만다. 이제 진짜 겨울이네. 오늘의 아침은 평소보다도 차가움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불을 더 품에 끌어안았다. 난 어릴 적부터 이처럼 품에 가득 차는 느낌을 좋아했다. 때문에 이젠 나보다 자그마해져 품에 차지 않는 엄마를 더욱 꼭 껴안고는 했다.
어제는 정말 힘든 꿈속에서 밤을 보냈다. 유난히 눈이 빨리 떠진 오늘, 손을 더듬어 빠르게 시간을 흘겨보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어젯밤 탓에 아직 어둑한 아침은 평온함 속에서 보낼 수 있게 주문도 걸었다.
남은 오늘은 그저 집, 내방 아니 내 침대에서 꼼짝도 않을 생각이다. 가만히 누워 우리 집주인인 고양이가 내 옆에 살포시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기도 한다. 집에서도 할 일은 많다.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삼시세끼 밥은 꼬박 챙겨 먹고 주인이 부르면 간식도 주고 물도 주고 놀아주고 하루 종일 VOD를 돌려보며 동시에 손으로는 핸드폰을 잡고, 또 밖에서 야옹하면 밥을 주러 잠깐 나가 콧바람을 쐬기도 한다. 물론 어제 볼에 붙인 트러블 스티커는 그대로인 채다. 하루가 무척 길지만 시간은 빠르다.
오랜만에도 야심 차게 끼고 나갔던 귀걸이에 하루도 채 채우지 못하고 덧이 나버렸다. 이젠 그것에 견딜 수 있을 만큼 아물었다고 믿었는데 생각과는 달랐나 보다. 한동안 다시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또 반복하길 수십 번. 앞으로도 변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무거워진 어깨를 주무른다.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늘려봐도 쉽게 가시질 않는다. 머리도 눈도 무거워진 느낌이다. 바쁜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 고작 남은 19분의 시간을 한 번에 돌려버리고 싶다. 앞으로 19분 뒤 마주할 엄마 차 불빛부터 엄마 얼굴까지 아른거린다.
즐겁고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린다. 날씨라던가 시선, 그 어떤 상황에도 구애받지 않은 그 순간 그 상태 그대로다. 편한 이들과 보낸 그 시간은 웃음만이 새어 나온다. 다시 떠올리고 곱씹어봐도 역시 그렇다.
집에 있는 날은 누워만 있어도 시간이 빠르다. 방문 넘어 들리는 청소기 소리, 세탁기 소리에 깨 보면 이미 하루가 지난 뒤. 오늘은 해야 할 일을 마쳐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게으르다. 몇 번에 몇 번을 밀린 글 하며, 충분히 쉬었다고 느낌에도 더 쉬고만 싶다.
그 새 3분이 지났다. 또 한 번 팔을 뻗어 쭉 늘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