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응당 예상치 못한 큰 지출에 예민해질 수 있고, 또 걱정되고 조급한 마음도 이해는 되나, 이 정도의 각오도 하지 않고 자영업을 시작한 건지 난 정말로 의문이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 곳은 처음엔 서점일 예정이었다. 참고로 말해두는데 그는 말 바꾸기 선수다.
서점은 애초에 책이 위주이지만 오픈 이틀 전, 갑작스럽게 북‘카페’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커피 머신, 그라인더, 기타 카페 집기류에 들어간 지출로 이미 예상액은 오버가 됐다. 말을 바꾸면서 새어나간 돈은 상당했다.
일단 여기저기 돈을 안 써도 될 곳에 신나서 돈을 썼다. 가.꾸(가게 꾸미기의 준말)를 위해 잡다한 소품들도 샀다. 굿즈를 들이겠다더니 저기 저 서점에도 파는 온갖 볼펜을 문구점에 가서 대량으로 구입해왔다. 초기의 구색을 맞춘답시고 핑계 좋게 펑펑 써제낀 탓에 정작 필요한 곳엔 돈을 아끼고 있다.
북카페에서 가장 필요한 것. 책을 보는 카페에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책을 더 안 들여놔준다. 책방인데 책이 많이 없다. 대신 우린 책을 주문 받는다.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면 우린 책을 매입할 의무가 있다. 책을 주문 받으면서 주문서를 쓰고, 주문서를 또 한 번 주문 리스트 공유 파일에 정리한다.
지출은 그가 한다.
예민하다.
무슨 책을 언제 어떻게 주문 받았는지 낱낱히 보고하라고 한다.
그럼 난 주문 받으면서 주문서를 쓰고, 주문서를 또 한 번 주문 리스트 공유 파일에 정리하지만 그는 그걸 보지 않고, 그 주문 내역을 언제 어떻게 주문 받았는지 카카오톡으로 보고해야한다.
같은 일을 몇 번을 한다. 비효율적이다.
그는 손님이 없는 이유가 홍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광고를 제안했다.
그는 예민하다.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광고는 하지 않는다. 내게 직접 타겟팅이 되는 계정을 찾아 일일이 디엠을 보내라고 한다. 그야말로 손으로 뛰는 작업 방식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까지 이 가게를 카페로 밀고 나갈지 서점으로 밀고 나갈지 정하지 못했다. 고로 난 디엠이고 뭐고 이도 저도 못한 채 고객에게 당당히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내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