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여니 차가운 냄새가 코에 닿는다. 일순간 다가온 찬 공기에 코를 씰룩거리며 에취. 재채기를 하고 만다. 이제 진짜 겨울이네. 오늘의 아침은 평소보다도 차가움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불을 더 품에 끌어안았다. 난 어릴 적부터 이처럼 품에 가득 차는 느낌을 좋아했다. 때문에 이젠 나보다 자그마해져 품에 차지 않는 엄마를 더욱 꼭 껴안고는 했다.
어제는 정말 힘든 꿈속에서 밤을 보냈다. 유난히 눈이 빨리 떠진 오늘, 손을 더듬어 빠르게 시간을 흘겨보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어젯밤 탓에 아직 어둑한 아침은 평온함 속에서 보낼 수 있게 주문도 걸었다.
남은 오늘은 그저 집, 내방 아니 내 침대에서 꼼짝도 않을 생각이다. 가만히 누워 우리 집주인인 고양이가 내 옆에 살포시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기도 한다. 집에서도 할 일은 많다.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삼시세끼 밥은 꼬박 챙겨 먹고 주인이 부르면 간식도 주고 물도 주고 놀아주고 하루 종일 VOD를 돌려보며 동시에 손으로는 핸드폰을 잡고, 또 밖에서 야옹하면 밥을 주러 잠깐 나가 콧바람을 쐬기도 한다. 물론 어제 볼에 붙인 트러블 스티커는 그대로인 채다. 하루가 무척 길지만 시간은 빠르다.
항상 지난 일기를 올리고는 한다. 나의 게으름을 보여준다. 이것 또한 벌써 나흘 전의 이야기, 아 이제 닷새로 접어든다. 언제나 글을 적다 보면 내 문체가 그들 어느 곳에나 보인다. 낮에 마구잡이로 적어 내린 곳에도 그러했다. 나만의 것을 가지고 싶다. 그 누가 봐도 나의 것인.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오랜만에도 야심 차게 끼고 나갔던 귀걸이에 하루도 채 채우지 못하고 덧이 나버렸다. 이젠 그것에 견딜 수 있을 만큼 아물었다고 믿었는데 생각과는 달랐나 보다. 한동안 다시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또 반복하길 수십 번. 앞으로도 변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무거워진 어깨를 주무른다.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늘려봐도 쉽게 가시질 않는다. 머리도 눈도 무거워진 느낌이다. 바쁜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 고작 남은 19분의 시간을 한 번에 돌려버리고 싶다. 앞으로 19분 뒤 마주할 엄마 차 불빛부터 엄마 얼굴까지 아른거린다.
즐겁고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린다. 날씨라던가 시선, 그 어떤 상황에도 구애받지 않은 그 순간 그 상태 그대로다. 편한 이들과 보낸 그 시간은 웃음만이 새어 나온다. 다시 떠올리고 곱씹어봐도 역시 그렇다.
그 새 3분이 지났다. 또 한 번 팔을 뻗어 쭉 늘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