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oon Report

안항제

항해에 나서기 전 옥황상제님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의식

by 조이배 Zoe

주변인들은 하나둘씩 자리 잡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고 있다. 그만큼 나이를 먹고 말았다. 나는 무얼 하며 살아온 걸까. 나름대로 남들보다 조금 일찍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공무원이 최고라고 외치던 시기에 어렵지 않게 공무원이 되었다. 내 앞에 놓여 있는 길이 얼마나 견고하고 튼튼해 보였던지.


그렇지만 그 길을 가겠다 다짐한 것은 나를 기만한 선택이었다. 모든 일을 쉽게 질려하는 나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펼치며 활기를 찾는 나는 그곳에서 점점 시들어갔다. 목이 말라 비틀어져 가면서도 결단을 내리는 데에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 안전하고 잘 닦여있는 길 위에 있던 나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의 안전한 길만을 또 찾고 있었다. 그렇게 둘러둘러 가느라 시간만 속절없이 흘려 보내고 있는지는 정말 몰랐다.


끼리끼리라는 말과 어울리게 내 주변인들은 모두 안정적인 곳에 있다. 그래서 더 먼 곳을 찾아보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어렵지 않게 특출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진짜로 새로운 길을 보게 됐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미지의 바다로 훌쩍 떠난 이야기를 쌓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선에 도착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길의 시작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공무원 바깥 세상의 이야기에선 다들 아주 새로운 걸 시작한 것처럼 보이다가도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이 이미 풍부했다. 그에 반해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은 고작 매년 하던 기획을 따라 했던 것과 간단한 회계업무뿐이니 이 일을 어쩌면 좋나 싶었다. 심지어는 대학 전공 또한 새로운 일에 써먹을 수도 없게 전문적이었으니 엎친데 덮친 격,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모험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시작하는 리포트, Noon Report다.


완전한 시작의 여정이다. 이제 곧 새 항차*가 시작된다.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은 항해다. 그렇기에 어떤 항로를 쫓아가다 좌초가 될지, 폭풍우를 만날지 모르는 완벽하지 않은 이야기 일 거다.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는 일도 부지기수 일거고, 오늘 가겠다 한 항로를 그대로 따라가게 될지도 미지수다. 담담하게 길을 나서지만 두려움에 발목을 잡혀 앵커를 놓고 멈춰버리는 일도 생길 거다. 그렇기에 누군가 함께 떠나는 이가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항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나 고단할지 알 수 없어 부지런히 연료를 넣고 힘을 비축하고 있다. 파도에 얼마든지 부딪히고 흔들려도 괜찮으나 다만 안전하기를 기원한다.

그렇다면 Von voyage.



*항차: 선박이 부두에 접안했다가 출항한 횟수. 기존 부두에서 새로운 부두까지의 이동하는 항해로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간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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