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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15. 2023

태즈메이니아 차박 여행기 - 1

23-03-15

태즈메이니아를 떠나기 전 국립공원 패스로 돌아다니며 여행을 할 예정이다. 당분간 내 숙소는 내 차다.



마지막 출근일이다. 나는 떠나는 날까지 일을 한다. 앞으로 돈을 벌 예정이 없기에 하루라도 벌어놔야 한다. 팜근무는 정말 멋있다. 이 화려한 아침에 나는 매일 같이 눈이 머는 것만 같았다.


점심에 노조미에겐 꿀과 장갑을 주고, 티룸에 있는 사람들에게 커피 티백도 하나씩 돌렸다. 호주의 로버트 팀스 커피 티백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다. 한국에서도 티백으로 된 커피를 많이 사 마셔봤지만 이만한 맛이 없었다. 노조미에게도 혹시나 해서 행복을 물어봤다. 노조미는 재패니스 걸즈 중 하나인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춤도 자주 춘다. 그녀의 행복은 그런 종류였다. 함께 자주 일하던 인도 코워커들 Anish, Hirral의 이름도 알게 됐다.



나는 자주 이런 장면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떠나기 전에 이 꽃에게 그런 다짐을 했다. 

'너와 같은 작은 것을 보고, 큰 기쁨을 누리는 나날이 이어지게 할게.'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주차장이 있으면 자주 멈춰 선다. 멈춘 구간마다 멋진 풍경을 만나 마음이 조금은 어지럽다.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 속에 있는 듯하다. 태즈메이니아의 자연은 정말 그렇다.



여행을 시작하니, 더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호주에서 가장 멋있다고 소문난 바다는 이곳이 아니다. 퀸즐랜드에 특히 많다. 퀸즐랜드는 이보다 멋진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내겐 우선순위가 있다. 나는 이 멋진 바다를 뒤로하고 공부라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Friendly Beaches 옆에 위치한 캠핑 사이트다. 국립공원인 만큼 캠핑 사이트에 왈라비가 있다. 화장실이 있으니 당연히 세면대는 기본으로 딸려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다. 웁스... 생각하지 못한 전개다.



화장실 앞에서 어슬렁 거리다 캠핑카로 여행 온 John과 Liz 부부에게 물을 빌려서 세수와 양치를 할 수 있었다. John과 Liz는 따뜻한 마음으로 내게 물을 베풀어 줬다. 정말 생명수와 다름없는 물이다.



돈 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이다. 돈이 없기에 할 수 있는 경험이 분명 있다. 비치타월, 셔츠, 요가매트로 창문을 가리고 잔다. 차박이라고 얘기하지만 캠핑 장비가 하나도 없다. 텐트도 없고, 침낭도 없고, 부르스타도 없다. 여기는 데이터도 안 터져서 밤에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해가 지기 전에 나는 내 하루를 서둘러 정리했다.


너무 재밌고 신기하다. 나는 이렇게 지내는 내가 신기하다. 나는 나를 가끔 제삼자처럼 바라본다. 어떻게 이런 여행을 할 생각을 했지? 아직 인생을 논하기엔 분명 젊은 나이지만, 인생이 진짜 살아볼수록 신기하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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