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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Oct 17. 2023

태즈메이니아 차박 여행기 - 3

23-03-17


오늘 아침은 차 안이 꽤 추웠다. 갈아입을 옷을 담요 안에 품고 있다가 오들오들 떨며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가려진 창문 밑으로 붉은빛이 새어 들어온다. 걷어보니 끝내주게 멋진 풍경이 또 눈앞에 펼쳐진다.



동쪽해안이라 일출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단 이유로 데이유즈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자리를 잡았은 거였다. 풍경을 보면서 아침을 먹고 꿈을 되뇌어 본다. 그러고 있노라면 당연히도 꿈이 손에 잡힌 듯 생생하다. 아침의 신선한 바람과 함께 감동이 진하게 밀려온다.



이동하는 중에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이 된 베이커리를 들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태즈메이니아 여행 중 이곳에 들렀다가 영화의 모티브로 삼게 됐다.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여행이 정말 중요할 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여행의 인상에서 새로운 작품이 시작되기도 한다.



우체국 건물이 너무 예쁜 바람에 즉흥적으로 엽서를 보낼 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엽서가 맘에 들지 않아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베이커리가 있는 Ross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햇빛 아래 앉아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시간이 좋았다. 이곳의 동네는 다 이렇게 한적한가 보다. 리치몬드에서 느낀 아늑함과 비슷하다. 하지만 나는 간과했다. 3-4시간에 걸쳐 다음 행선지에 가야 하는 것을.



여길 오면 무조건 좋을 걸, 이곳을 얼마 즐기지 못했다. 온 산이 트래킹 코스고, 길도 대부분 완만해 보인다. 정상까지 가는 버스에서 옆으로 보이는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산책을 하는 듯 보일 정도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풍경이 스위스보다 더 스위스 같은 풍경처럼 느껴진다. 나는 크레이들 마운틴에 들려서야 다짐하게 됐다. 태즈메이니아에 다시 와야겠다고.



태즈메이니아는 들리는 마을마다 작고, 평화롭다. 군데군데 있는 와이너리, 치즈 팩토리, 위스키 팩토리,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미식과 체험을 마련하고 있다. 캠핑카 여행을 하기 좋게 캠핑 사이트도 많고, 드라이브를 해도 고즈넉한 풍경이 멋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트래킹 코스들이 끝내준다. 얼마 전 어느 다큐를 보니 어떤 사람은 여기서 배낭만 메고 3-4일을 트래킹을 했다. 흔한 일인 듯 보였다. 크레이들 마운틴을 내려오면서 나는 그처럼 걸어보지 못한 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근처 따뜻한 물이 나오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해봤자 며칠 안 됐는데, 왜 이렇게 고생을 한 것만 같은지. 별이 쏟아질 듯 보이는 곳에다 차를 대고,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산허리쯤 위치한 이곳은 해가 더 일찍 저물었다. 차박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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