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oon Report

쉽게 사는 사람에게는 쉬운 세상이 온다

by 조이배 Zoe

낯선 곳에 오는 만큼 나는 내가 많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오기 전까지 흔들리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 많은 흔들림을 각오했고, 그 모습을 감추지 않고 모두 드러내겠다 스스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은 내가 만들어낸 상상이었다. 게슈탈트 이론에 대한 공부를 하며 이런 사례를 듣게 됐다.


“어떤 겨울 저녁,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을 걸어서 한 남자가 어떤 주막에 도착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 길과 도로표지가 전부 눈에 묻혀버린 벌판을 여러 시간 동안 달리고 난 뒤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문으로 나온 주인은 그를 보고 놀라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한 방향을 가리켰고 주인은 놀라며 말했다. ‘당신이 콘스탄츠 호수를 건너왔다는 말인가요?’ 이 말에 그 사람은 몸이 돌처럼 굳어져서 그의 앞에 쓰러졌다.” ( 김경희, <게슈탈트 심리학>, 14쪽 )


이 남자는 본인이 위험천만한 얼음 호수를 달려온 것에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버린 결과 쓰러지고 만 것이다. 사람의 경험은 정말 그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달려있다. 나라면 호수가 꽁꽁 잘 얼어 안전하게 건너온 것에 감사했을 것만 같은데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호수는 지리적 환경이고, 벌판은 행동적 환경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건너온 곳을 벌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호수였다고 해서 과연 달라질 게 있을까? 나는 건널 때 안전했다면 그것을 벌판이라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호수라고 얘기해주지 않았더라면 평생 가도록 벌판이었다고 믿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객관적으로 아무리 호수일 지라도 나 스스로 걷는 땅이 단단하다면, 내 마음속에 그것이 충분한 벌판이라면 그런 환경이라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과 경험이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두려운 도전처럼 느껴지겠지만, 나는 세상을 조금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터라 그리 쉽게 구렁텅이로 빠지질 않았다. 한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가 내 상황이 되면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어?" 라고. 그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기에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힘들어하지 않았을 거다. 상황을 뛰어넘는 내가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상황은 그저 상황일 뿐이다. 문제는 보통 며칠 내에 해결되기 마련이다. 걱정을 하고 말고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결말이 난다.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쉽게 사는 사람에게는 쉬운 세상만이 다가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아침이면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아침식사를 즐기고 오전이면 걸려오는 구직전화를 받으면서 며칠을 보냈다. 다만 일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안되면 내 일이 아닌가 보다 하고 이력서를 계속해서 넣었다. 오늘 안되면 내일 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나를 안 뽑는 회사가 손해라는 생각도 조금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런 강한 믿음으로 상황 안에서 가만 흔들리고만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뭐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분명 미미한 존재다.


하지만 그리 뛰어나지 않아도 나는 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믿으면 정말 그렇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 구직을 끝마치게 되었다. 실험의 결과는 가히 놀라웠다. 내가 구하던 일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괜찮은 조건의 일을 하게 되었다.


하나 불안해하지 않고도 순탄하고 순조로운 하루들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잘될 거라는 믿음이 이런 결과를 이끌었다고 말이다. 믿는 대로 사람은 살게 된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걸 계속 증명하는 게 나의 임무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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