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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jin Jun 13. 2019

소비자보다 더 빠르고 명확하게 소비자의 욕망을 파악한다

소확행, 홧김비용, 탕진잼. 소비와 관련된 신조어들이다. 모두 감정과 관련된 용어이기도 하다. 한 다큐멘터리의 제목대로 정말 “소비는 감정이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외부의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소비를 한다는 점에서 주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체의 기준은 ‘감정'이다. 나머지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감정이 곧 소비의 기준이 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위해, 더 많은 공감과 좋아요를 받기 위해 마케팅은 점점 감성적 요소에 집중한다. 친근함을 무기로 소비자와 끈끈한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기업이 감정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하다 보니 어떤 게 나에게 가장 맞는 상품인지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기술 발전으로 상품의 질도 웬만큼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비슷한 가격, 비슷한 성능. 기업 마케팅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이유다.


오늘은 감정 요소를 설득력 있게 설계한 마케팅 사례들을 소개한다. 면면이 뜯어보면 특별히 다르지 않은데 몇 가지 기술 장치만으로 호소력과 재미를 높였다. 


먼저 이케아의 heArt Scanner. 아티스트와 협업한 한정판 아이템은 출시되기가 무섭게 매진되는 상품 중 하나이다. 그런데 상품에 관심이 있어서 구매하는 사람 못지 않게 되팔기용, 재테크용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치열한 경쟁에 밀려 정작 충성 고객들은 원래 가격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한다. 이케아는 정말로 한정판 아이템을 원하는 사람들이 구매하길 원했다. 그래서 구매 과정에 하나의 장벽을 설치했다. 바로 생체 테스트다. 뇌파나 심장박동수 등을 체크해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한테만 판매한 것. 


https://vimeo.com/335893971


과학적 근거가 탄탄한 건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를 마케팅 장치로 활용했다. 충성 고객들에겐 자신의 충성도를 테스트해볼 재밌는 테스트가 된다. 통상적으로라면 출시하자마자 매진되는 한정판 아이템이 이번에는 약 일주일 정도에 걸쳐서 판매됐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 요소를 가시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엄밀히 따지면 객관적이라고까지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마케팅적’으론 상당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다른 한 사례도 뇌파를 활용했다. 슈퍼마켓 체인 카우플란트(Kaufland)는 한 행사장에서 측정한 뇌전도 데이터에 따라 임의로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하고 상품을 추천해줬다.


Dreamer, Pacifier, Thinker, Energizer 등 총 4개의 성향으로 사람들을 나눈 다음 각 성격에 맞게 아몬드, 크랜베리, 브라질너트, 호두 등을 추천했는데, 이를 통해 성격의 긍정적 측면을 향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 혈액형이나 탄생석, 별자리 등이 어떤 사용자에겐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불분명한 감정이나 기질, 성격 등의 요소를 재밌게 풀어낸 것이다. 


https://youtu.be/8J3WgB8EzLo

이들 역시 다양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정작 어떤 물건이 좋은 건지 분별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많은 상품을 다루는 슈퍼마켓인 만큼 더 잘 분류하고 고객에게 최적화된 큐레이션을 제공해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두 사례 모두 큰 틀에서 보면 사람의 욕망을 파악하려는 시도이자 모호한 감정을 데이터화 내지는 가시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단지 마케팅 차원을 넘어 기술 회사들이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IBM은 작년에 커피가 필요한 사람을 예측하고 이를 배달하는 드론의 특허를 제출했다. https://www.bbc.com/news/technology-45289281 사용자의 생체 데이터, 캘린더 등을 파악해서 카페인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커피를 자동으로 준다는 개념이다. 더 나아가 사람은 아직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인지하기 전인데도, 미리 알고서 커피를 대기시킨다는 것. 편리할 것 같으면서도 섬뜩한 개념이다. 


올해 초 일본에서는 도둑질을 할 것 같은 사람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9-03-04/the-ai-cameras-that-can-spot-shoplifters-even-before-they-steal?srnd=technology-vp


행동을 넘어 감정까지도 데이터가 되는 시대. 마케팅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명확하다. 소비자보다 앞서서 소비자의 욕망을 파악할 것. 하지만 소비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감정까지도 자동화되는 게 좋은 일일까라는 질문엔 무척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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