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사람들 속에서 '혼자'가 되었다.

소속감이 사라진 자리에서

by 조이풀

요즘 나는 하루를 버티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걸 자주 느낀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그 뒤를 따라오는 식이다. 피로감과 무력감이 겹쳐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이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9월 중순쯤부터였다. 이유 없이 마음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잦아졌고, 그 무렵 회사에서 집중해야 할 업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해야 할 일이 사라진 자리에, 설명하기 어려운 공백이 들어왔다.


한동안 회사에는 이렇다 할 프로젝트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비어 있을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지금 이곳에 내가 필요한 사람인지, 이 시간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감각이 점점 나를 압박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던 자리가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쌓여갔다.


이런 감각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식사 후에는 잠깐 산책을 하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다. 그 시간들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웃고 떠들고, 일상의 말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혼자’라는 감각은 좀처럼 옅어지지 않는다. 분명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데도, 나만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이 없어서라기보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다고 느낄 때 더 크다고 한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야 외로움이 줄어든다는 말도 들었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이 외로움의 뿌리를 건드리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의 근원은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요즘 들어 이 감정이 유독 커진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회사에서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그만큼 내가 지켜왔던 자리도 함께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회사는 나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내가 사회 안에서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 주던 하나의 영역이었다. 그곳에서의 자리가 흐려지자, 나 역시 사회 안에서의 위치를 함께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외로움을 당장 없애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혼자인 상태를 정상처럼 받아들이며 버티고 싶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