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 나는 왜 아직 이 자리에 있을까?

'생존'이라는 두 글자 아래에서

by 조이풀


이제 현업에서의 경력은 9년 6개월을 채워 간다. 곧 10년이 된다. 그 시간 동안 세 번의 이직을 했고, 지방에서 서울로 거주지도 옮겼다.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서는 약 2년 5개월째 일하고 있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다면, 무엇을 해왔는지 또렷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선뜻 떠오르는 말은 없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쌓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만 성장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 것은 아닐까?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이 회사에서의 성장은 끝이 난 것처럼 느껴진다. 이 곳에서 앞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지난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한순간에 공허해졌다.


물론, 약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웠고,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꽤 필사적으로 살아왔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일했고, 맡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써왔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동안 나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생존



회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버텨내는 것이 목표였고 전부였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했고, 배우고 익혔다. 언젠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업계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아 연봉 인상이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더 이상 꺼낼 말이 없다는 걸 처음 알았다. 능력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기를 바랬다. 2019년 이후 ‘과장’이라는 직급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솔직히 마음에 큰 상실감을 남긴다.


처음 과장이라는 직급을 달았을 때는 비교적 이른 편이었다. 지금까지 승진이 미뤄진 이유에는 연차가 부족해 다음 단계로 오르지 못한 사정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같은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연봉과 직급은 그 감정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현업에 얼마나 더 머물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지금,


이제는 여기서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여기 말고 다른 삶을 상상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