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었던 물건은 결국 시간을 돌아 내게 온다
2025년 8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두고 있던 브랜드에서 새로운 카메라가 출시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 카메라에 대한 마음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15년 전쯤이다.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우연히 집어 든 잡지에서 그 카메라를 처음 보았다. 당시에는 캐논과 니콘의 DSLR이 익숙한 시절이었다. 검은 플라스틱 덩어리처럼 보이는 카메라들 사이에서 그 카메라는 유독 다르게 보였다. 클래식한 외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래 마음에 남는 물건은 대개 성능보다 먼저 형태로 기억된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한 ‘카알못’이었다. 성능도 몰랐고, 스펙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그저 레트로한 외형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보다, 저 물건을 한 번쯤 가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시간이 흐른 뒤, 2021년쯤 같은 브랜드에서 새로운 카메라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격은 바디와 렌즈를 합쳐 약 140만 원 정도였다. 생각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결국 사지 못했다. 당시에는 그 돈을 카메라에 쓰는 것이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2025년 8월, 다음 버전이 나왔다. Fuji X-E5. 가격은 약 240만 원이었다. 5년 전보다 100만 원 가까이 오른 셈이었다. 가격이 오른 만큼 성능도 좋아졌다고 했지만, 솔직히 스펙이 구매를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예약을 했다. 그리고 4개월을 기다려 카메라를 받았다. 5년 전에는 비싸다고 생각해 포기했던 가격의 카메라를, 이제는 어쩐지 피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버렸다.
미뤄 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을 돌아 다시 찾아온다.
왜였을까?
도대체 무엇에 끌린 것일까?
평소 핸드폰 카메라로도 사진을 자주 찍지 않으면서, 왜 굳이 비싼 카메라가 필요했을까?
어쩌면 사람은 오래 마음에 두었던 물건을 결국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막상 카메라를 받고 나서도 겨울이 시작되면서 자주 들고나가지는 못했다. 기대했던 만큼 큰 감정도 바로 오지 않았다. 한동안은 그저 책상 위에 두고 가끔 만져보는 정도였다. 그렇게 약 5개월 정도가 지났다. 받고 나서 막막하던 당시와 달리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고, 잠깐 꺼내 들었다가 다시 넣는 일이 반복되면서 비로소 이 물건이 내 것이 되었다는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진을 아주 잘 찍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찍고 나면 건질 만한 사진은 많지 않다. 카메라의 성능도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기쁨은 카메라를 산 순간보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 시작한 뒤에야 조금씩 도착했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만족감이 있다. 어쩌면 나는 사진을 배우기 전에, 먼저 이 도구를 내 일상 안으로 들이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보다 먼저, 카메라가 내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럼에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자주 들고나가 보려고 한다. 여전히 이 카메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은 있다. 실제적으로 누른 셔터 수에 비해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배우면 된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좋은 사진을 찍기보다, 먼저 자주 꺼내 드는 습관을 만드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