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이는 날이 있다.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는 생각과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늘 부딪히고 여전히 나는 용기가 없다는 걸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면 다른가
그것도 아니다.
과거를 탓해도 소용없고 지금이라도, 지금을 살면 된다는 말이 맴돌지만 나는 늘 제자리다.
돌연 작가를 그만둘 때처럼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고서는 행동하지 않는 내가 야속하면서도 밉고 두렵다.
내 미래를 정말 나한테 맡겨도 될까, 그게 가장 두렵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시작한 브런치였는데, 현생이 너무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가버려서 마음과 행동이 불협화음을 내는 기간이 길어지고. 그런 나를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진심은 물병처럼 정해진 용량 안에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글에 몰두할 진심이 모자라 뒷전이 되었다.
누군가는 한창이라 하는 때, 이제는 정말 뒤로가기보다 앞으로만 가야할 때라고 말한다. 나 역시 여기에 동감하는 것이 문제다. 반박해야 마땅한 내 성질머리가 현실 앞에 기를 못 펴는 것이 문제다. 사방에 벽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고 그 좁은 땅덩이에서 동동거리기만 하고 의연해지지 못하는 내가 무겁다. 마음에 큰 돌덩어리가 박혀 도대체가 빠지질 않는다. 언제든지 얼마든지 기꺼이 빼버릴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행동하지 못한다.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세상살이도 지금은 대문짝만 하게 실린 뉴스기사 헤드라인처럼 누군가 정의하는대로 그렇게만 읽힌다. 폄하하면 폄하된 채로, 과장하면 과장된 채로 그게 곧 전부가 되어버린다. 자체 판단력이 고장났다.
써야한다. 해소되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글로 명명하기 전에는 그저 모든 것이 내 용기 부족이 원인이라는 결론에 닿는다. 쓰면서 찾아내야 한다. 아니 찾아 낼 수 있지 않을까. 글로 도망치는 것만이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