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은 어째서

가짜눈물 해명일기 (3)

by 조인
억.울.


어쩌면 눈물병을 달고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울어요? 진짜 울어요?" 다음으로 "손수건 갖고 다니는 사람 처음 봐요. 갖고 다녀도 실제로 쓰는 사람 처음 봐요."가 아닐까. 나에게는 단짝 같은 존재지만 세상 사람들에게 손수건은 생각보다 익숙한 물건이 아닌 듯했다. 마치 상상의 동물처럼(?)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신사적인 관심 표현법 또는 청순한 인상을 가진 사람의 조신한 취향을 드러내는 매개체 정도로 인지된다. 그 탓에 나도 적잖은 오해를 받곤 했는데, 이를테면 겉으로 보기엔 내숭 없는 털털한 성격 같아 보이지만 반전 있는 "여자"였다며 일종의 칭찬으로 여겨지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현실에 존재하는 상상 속 동물이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단순한 호의 하나가 그 정도 여파를 불러 일으킨 것을 보면 8할은 그들의 환상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원하지도 않은 청순 이미지 굴레에 빠져 누군가의 환상을 충족시켜주고 말았던 그날. 갓 스무살이 되어 처음 동아리 활동을 하던 날, 나는 축구를 하고 땀을 흘리며 닦을 것이 없냐고 두리번 거리는 선배에게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OMG. 실수였다. 이미 행하고 깨달으면 무슨 소용일까. 부담스러운 눈망울들은 이미 나를 향하고 있었다. 손수건은 닦을 것이 필요할 때 사용되는 기능성 소지품일 뿐,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귀한 액세서리가 아니라고. 그러니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해명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손수건을 건네 받은 선배의 눈은 낭만에 젖어있고, 주변 사람들은 몰아가기 바빴다. 아끼는 손수건을 선뜻 내미는 맘씨 고운 후배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어찌저찌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 뒤로 나는 꽤 오랜 시간, 당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며 나는 그렇게 환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4년 동안 손수건 없으면 길거리에서 오열하는 모양새가 되고마는 나를 한 번쯤 목격했다면, 청순과 거리가 먼 사람임을 이제는 다들 알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다들 기가 차겠지만, 난 정말 황당했다고요. 해프닝처럼 말하지만 오해 받는 건 언제나 유쾌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언젠가 손수건 사용 대중화 캠페인을 하는 사람이 보인다면 그건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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