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나타 (Fruehlingssonata)
https://youtu.be/yLdsTM7ttgA?si=3JnnfhH4N-URDjS0
그렇게 나의 삶은 차디찬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이하듯,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스토커인지 뭔지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형사님의 권유에 따라 조금은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정신없이 집을 알아보고 그렇게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물건은 여기 두면 될까요?"
한참을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던 형사님이 주문한 점심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차에 갔다 오겠다며 다녀온 후에 내게 건낸 말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라면박스 크기의 상자에는 그의 옷가지와 자잘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그는 그 날 이후로 조금씩 자신의 물건들을 내 새로운 집에 가져다 놓으며 우리는 조금 더 진지하고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었고, 형사님은 자신이 끝까지 꼭 잡고 말것이라 약속했지만, 그저 모든 것을 잊고 싶었던 나의 마음도 이해해주는 듯 보였다.
"..그러니까 오늘도 늦는다는거죠? 집에서 남은 일을 좀 하려구요. 응... 안전하게만 돌아와요."
그렇게 형사님과 통화를 끝내고 파릇파릇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걸어오는 나를 멀리 오피스텔 입구에서 누군가가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머리속이 새하얗게 바뀌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어둠 속의 인물이 누군지 아는 순간 두려움보다는 반가움이 더 앞섰다.
"어!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너무나도 해맑게 반가워하는 내 목소리에 그 젊은 남성은 흠칫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 누구..."
분명 나를 알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은 낯설게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그는 아직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초점 잃은 것도 아닌, 뭔가 당황하고 낯선..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희! 푸른 수염 심리 상담 센터에서 몇 번 엇갈려 지나갔었어요! 기억 안 나세요? 앞뒤로 상담이었는지 저희 몇 번 마주쳤었는데...."
그제서야 그는 기억이 난다는 듯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더 소극적인 분이시구나.
"여기 사세요?" 나의 질문에 그는 이사할 곳을 찾는 중인데 내가 이사한 오피스텔이 조금 비싼 편이라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란 대답을 했다. 나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한참을 이 오피스텔의 장점을 열거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조금은 지쳐보이는 그가 밝은 봄의 기운을 찾길 바라는 누나같은 마음이랄까? 그렇게 그는 어쩌면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면 지낼만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며칠 뒤, 이삿짐센터의 트럭이 도착하고, 나와 형사님이 거의 함께 사는 집 건물에 내가 아는 이웃 사촌이 한 명 생기게 되었다. 그는 아직 하우스메이트는 전의 집 계약 때문에 이사를 하지 않지만 내가 매우 좋아할 사람이란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나는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졌다는 생각으로 안전함과 봄의 따스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항상 봄이 화사한 것만은 아니란 것을 망각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