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nn Off] 광고 속의 클래식 04. LG시그니처와 라흐마니노프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번외편 '광고 속의 클래식' 두번째로 다뤘던 'LG Signature (https://brunch.co.kr/@zoiworld/88)'가 2019년 새롭게 선보인 광고에 등장한 음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LG 시그니처는 LG에서 내놓은 가전 제품 시리즈인데요.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전략으로 내세우며, TV 광고 역시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중시하는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LG 시그니처 광고의 배경은 부엌 가구 CF의 배경이었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중 프렐류드에 이어 이번 2019년 광고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선정하였는데요.
우리에게도 매우 낯익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중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가 바로 그 배경 음악입니다.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evich Rachmaninov, 1873-1943)'는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그리고 작곡가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5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하여 3개의 교향곡, 3개의 오페라, 2개의 피아노 소나타, 다수의 교향시를 작곡하였으며, 차이코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후기 낭만을 이끌어간 음악가였습니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하였던 라흐마니노프,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 작품번호 18번 (Piano Concerto in c minor, Op.18)'은 1897년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교향곡 1번을 초연하였을 때의 큰 실패로 인하여 발병한 극심한 우울증을 마침내 극복하게 되었던 1901년, 28세의 나이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특히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피아노 솔로로 초연하였으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라흐마니노프의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크게 높여준 작품이고, 현재까지도 영화 '샤인', '호로비츠를 위하여', 7년만의 외출', '버드맨', '혈의 누',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등에 등장하며 대중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노 협주곡이 되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병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줬던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Nikolai Vladimirovich Dahl, 1860-1939)'에게 헌정하였으며, 1악장 '모데라토 (Moderato)',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Adagio Sostenuto)', 그리고 3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Allegro Scherzando)'로 구성되어 있는 곡입니다.
그 중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10여분간 흘러나오는 서글프면서도 애잔한 느낌의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인 악장인데요. 미국 가수 '에릭 카르멘 (Eric Carmen, 1949-)'의 1976년 팝송 'All by myself'의 주 멜로디의 기초가 된 곡이기도 합니다.
LG 시그니처 광고에서도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중 일부가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는데요.
특히 광고 속에 등장하는 부분은 피아노가 주가 되는 부분이 아닌, 피아노가 반주를 맡고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 특히 바이올린 군이 테마를 연주하는 부분을 사용한 것이 매우 독특합니다.
TV,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많은 전자 제품들을 현악기군과 동일시 하여 단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닌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주축이 되어 나의 공간을 대변하는 피아노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추측되어집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이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중 2악장을 선택하며 '가전, 작품이 되다'라는 모토를 충실하게 이행한 LG Signature, 광고 속의 클래식의 4번째 주인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