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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May 15. 2019

영화를 살린 클래식 #48

영화 블랙 스완,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발레 '백조의 호수 (Swan Lake, Op.20)'는 러시아 낭만 음악의 거장이자 위대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Pyotr Ilya Tchaikovsky, 1840-1893)'의 대표작이자 '발레 (Ballet)'라는 장르와 발레복 '튜튜 (Tutu)'를 떠올렸을 때 제일 처음 그려지는 모습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백조의 호수 중 피날레 [출처: 유튜브]



아버지의 뜻에 따라 185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St. Peterburg)'의 법률 학교에 입학, 1859년 졸업과 동시에 법무성의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였던 차이코프스키는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어 1860년,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형제였던 '안톤 루빈스타인 (Anton Grigoyevich Rubinstein, 1829-1894)'와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Nikolei Grigoyevich Rubinstein, 1835-1881)'의 음악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후에 루빈스타인 형제의 이 음악 학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으로 승격이 되었으나, 안톤 루빈스타인과의 불화로 인하여 차이코프스키는 니콜라우스 루빈스타인이 설립한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 비창 교향곡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etique')

- 1812 서곡 (Overture 1812, Op.49)

-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Overture fantasy)

- 피아노 협주곡 1번 내림 가단조 (Piano Cocnerto No.1 in b flat minor, Op.23)

-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등을 작곡한 차이코프스키의 많은 작품들 중 '3대 발레'라 불리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Sleeping Beauty, Op.66), 호두까기 인형 (Nutcracker, Op.71)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 발레 공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레퍼토리입니다.



젊은 시절의 차이코프스키 [출처: 구글 이미지]



그 중 '백조의 호수 (Swan Laje, Op.20)'는 러시아 전래 동화를 기반으로 한 발레로 4막 36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원래 체코 출신의 안무가 '줄리어스 라이징거 (Julius Wenzel Reisinger, 1828-1892)'의 안무로 1877년, 차이코프스키가 31세였을 때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잊혀졌던 비운의 작품이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사망하고 2년이 지난 1895년, 프랑스 출신의 위대한 발레리노이자 안무가였던 '마리우스 프티파 (Victor Marius Alphonse Petipa, 1818-1910)'와 그의 조수였던 천재 안무가 '레프 이바노프 (Lev Ivanovich Ivanov, 1834-1901)'가 새롭게 안무를 짜 마린스키 극장에서 선보였으며, 관객들의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현재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까지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프티파와 이바노프는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돈키호테 등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작품들의 안무를 맡으며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가 현재까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Kd-81VRVQXw

영화 '블랙 스완' 중 '악몽스러운 춤' 장면 [출처: https://youtu.be/Kd-81VRVQXw]



발레 '백조의 호수'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신의 성년식이 있는 날 지그프리드 왕자는 친구들과 함께 백조를 사냥하러 숲으로 떠납니다. 지그프리드 왕자는 인간으로 변하는 백조를 발견하고, '자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풀려나는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밤에는 인간으로 살아가야하는 '오데트 공주'가 바로 그 백조란 것을 알게 됩니다.

오데트 공주에게 사랑에 빠진 지그프리드 왕자는 자신의 성년식 파티에서 오데트 공주를 향한 사랑을 세상에 알리며 오데트 공주를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오데트 공주가 파티장에 나타나기 전, 그녀를 마법에 걸리게 한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가 자신의 딸 '오딜'을 데려왔고, 오딜을 오데트 공주로 착각한 지그프리트는 오딜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맙니다. 결국 영원히 백조로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한 오데트 공주는 슬픔에 쌓인 채 발걸음을 돌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그프리트는 오데트와 함께 호수에 빠져 자살을 선택합니다.

결국 죽음으로써 마법은 깨어지고 나머지 백조들의 환송 속에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 공주가 천국으로 올라가며 막이 내립니다.



영화 블랙스완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현재는 지그프리트 왕자가 마법사를 호수에 빠뜨려 죽이고 마법에서 깨어나 행복하게 산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발레 '백조의 호수',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각종 미디어나 영화에 쓰이며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해졌는데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 매튜 본 경의 백조의 호수는 발레 '백조의 호수'를 주제로 한 발레 영화이며, 그 외에도 각종 게임, 애니메이션에서도 배경 음악으로 쓰였습니다.

특히 가수 신화의 T.O.P, 스위트박스의 Superstar 등의 노래들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메인 테마를 샘플링하였습니다.


그 중 2010년 개봉된 영화 '블랙 스완 (Black Swan)'은 영화 전체가 발레 백조의 호수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https://youtu.be/5jaI1XOB-bs

영화 블랙 스완의 공식 트레일러 [출처: https://youtu.be/5jaI1XOB-bs]



우리 나라에서는 2011년 개봉한 영화 '블랙 스완'은 파이, 더 레슬러, 레퀴엠 포 어 드림 등으로 알려진 미국의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 (Darren Aronofsky, 1969-)'가 연출을 맡고, 영화 레옹의 단발머리 소녀 마틸다로 우리에게 친숙한 이스라엘계 미국 배우 '나탈리 포트만 (Natalie Portman, 1981-)'이 주인공 '니나' 역을 맡았습니다.

이 외에도 영화 도베르만, 제이슨 본, 오션스 트웨브, 그리고 한국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도 등장한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 (Vincent Cassel, 1966-)'이 발레단의 단장을,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미국 배우 '밀라 쿠니스 (Mila Kunis, 1983-)'가 니나의 연적 '릴리'를 맡았는데요.


특히 레옹, 스타워즈, 브이 포 벤데타, 클로저, 토르 등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나탈리 포트만은 블랙 스완으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하였습니다.



블랙 스완 [출처: 구글 이미지]



발레단 단장 '토마스 (뱅상 카셀)'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새롭게 각색해 '흑조'의 비중을 높게 두는 버젼을 만들기로 하고 발레리나 '니나 (나탈리 포트만)'를 백조와 흑조를 함께 소화하는 1인 2역의 주인공으로 발탁하였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백조'의 니나는 인정하고 신뢰하지만 '흑조'로써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그녀를 질책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입 발레리나 '릴리 (밀라 쿠니스)'의 등장으로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는다 생각하게 되며 니나의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니나의 성공에만 집착하는 어머니와의 갈등까지 겹치며 니나의 불안감이 광기로 변하며 점점 미쳐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블랙 스완은 백조의 호수가 마냥 아름답고 서글픈 것만이 아닌 편집증과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잇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광적인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나라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 블랙 스완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서글픈 '백조'의 이미지만이 아닌 '흑조의 호수'라는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며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멜로디조차 엄청난 중압감 속에 서서히 미쳐가는 한 여자의 모습을 감시하고 밀어부치는 서늘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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