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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pr 13. 2020

영화를 살린 클래식 #56

음악 영화 이야기 9. 불멸의 연인 - 월광 소나타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 영화 이야기', 그 첫번째 영화 '불멸의 연인'에 등장하는 작품들 중 두번째로 다뤄볼 곡은 '월광 소나타'입니다.



영화 '불멸의 연인'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저번 시간 (https://brunch.co.kr/@zoiworld/130)에 다뤘던 '비창 소나타'를 비롯하여 23번 '열정 소나타'와 함께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중 한 곡인 '월광 소나타 (Piano Sonata No.14 in c# minor, Op.27-2 'Moonlight/Mondschein')'는 베토벤의 32개의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14번째 소나타입니다.


'월광'이란 이름은 베토벤이 직접 지은 제목은 아닙니다. 베토벤이 1801년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월광 소나타'는 베토벤이 '환상곡 풍으로 (Quasi una fantasia)'란 부제를 붙인 작품번호 27의 2개의 소나타 중 두번째 작품입니다. 

첫번째 작품인 13번 소나타가 전통적인 음악 형식을 따른 것과 대조적으로 월광 소나타는 즉흥적인 연주에 탁월한 실력을 보였었던 피아니스트 베토벤이 전통적인 음악 구조를 벗어나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선율을 강조시킨 작품입니다.



1804년 경 베토벤의 초상 [출처: 위키페디아]



월광 소나타는 불멸의 연인 후보 중 한명이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 (Julie 'Giulietta' Guicciardi, 1784-1856)'에게 베토벤이 1802년에 헌정한 곡입니다. 

영화 '불멸의 연인' 속에서는 줄리에타가 아버지와의 내기를 위하여 베토벤에게 '새로운 피아노를 집에 들이게 되었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피아노를 테스트해봐줬으면 좋겠다'라는 편지를 보낸 후, 아버지와 함께 비밀의 방에 숨어 베토벤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베토벤이 연주하는 곡이 바로 이 월광 소나타입니다.



영화 '불멸의 연인' 중 월광 소나타 장면 [출처: 영화 '불멸의 연인']



3년이 넘게 이어지던 귓병이 점점 악화되고 있었으며, 귀차르디와의 사랑도 난항을 겪고 있는 등의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베토벤은 1802년, 귀차르디에게 월광 소나타를 헌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와 이별하게 됩니다. 사랑에 버림받은 베토벤은 그해 10월에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쓸 정도로 심적으로 고통받는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당시 베토벤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희망을 갖기 위해, 또 귀차르디에게 자신과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하여 '월광 소나타'를 작곡하고 헌정을 한 것이 아니었을까란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월광 소나타 원본의 표지 [출처: 구글 이미지]



베토벤이 잘 들리지 않는 귀를 피아노에 갖다 대며 월광 소나타 1악장의 시리도록 서글픈 멜로디를 연주하는 영화 '불멸의 연인' 속 이 '월광 소나타' 장면은 영화 내에서도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져있는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Adagio Sostenuto)' 뿐만 아니라 짧은 2악장 '알레그레토 (Allegretto)', 그리고 베토벤 음악 특유의 휘몰아치는듯한 열정적인 패시지로 가득찬 3악장 '프레스토 아지타토 (Presto Agitato)'로 이뤄진 '월광 소나타'는 후대의 많은 작곡가들에게 큰 충격과 음악적인 영감을 안겨주었습니다.



https://youtu.be/W0UrRWyIZ74

칠레 출신의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 (Claudio Arrau, 1903-1991)'가 연주하는 월광 소나타 [출처: 유튜브]



베토벤의 제자이자 피아노 연습곡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체르니 (Carl Czerny, 1801-1857)'는 월광 소나타의 1악장에 대하여 '이 곡은 멀리에서 들려오는 밤의 장면과 같다 (Es ist eine Nachtszene, wo aus weiter Ferne)'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또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는 월광 소나타의 2악장을 '2개의 심연 속에서 피어난 한송이의 꽃 (Eine Blume zwischen zweo Abgruenden)'이라 표현하였습니다.

리스트와 함께 피아노 음악 작품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작곡가인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쇼팽 (Frederic Francois Chopin, 1810-1849)'은 월광 소나타 3악장에서 음악적인 영감을 받아 1834년, 피아노 독주를 위한 '즉흥 환상곡 (Fantasie-Impromtu No.4 in c# minor, Op.66)'을 작곡하였습니다.


베토벤이 직접 '월광'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이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제목은 누가 붙인 것일까요?



루드비히 렐슈타프의 초상 [출처: 위키페디아]



원래 이 곡은 '정자 소나타 (Laubensonate)'라 불렸던 작품입니다. 베토벤이 1악장을 정자에서 즉흥적으로 떠올려 만들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독일의 시인이자 음악 평론가였던 '루드비히 렐슈타프 (Ludwig Rellstab, 1799-1860)'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고 5년의 시간이 흐른 후인 1832년, '이 소나타의 1악장을 듣고 있으면 달빛 아래의 피어발트슈테터호수 (스위스 루체른)에서 보트 유람을 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Beim Hoeren des ersten Satzes an eine Bootsfahrt auf dem Vierwaldstaettersee erinnert fuehlte.)'라고 표현하였는데요. '월광 소나타'는 렐슈타프의 이 표현에서 유래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토탈 리콜', '호로비츠를 위하여', '피아니스트'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 '폰'에서의 으시시한 핸드폰 벨소리로도 쓰였으며, 애니메이션 '스머프', '4월은 너의 거짓말' 등에서도 등장하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는 영화 '불멸의 연인' 속에서 희망 없는 미래와 현실의 고통 속에서 고뇌하는 베토벤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장면에 등장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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