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냥이 Sep 04. 2020

영화를 살린 클래식 #61

음악 영화 이야기 14. 카핑 베토벤 - 디아벨리 변주곡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 영화 이야기', 그 세번째 영화 '카핑 베토벤'에 등장하는 피아노 변주곡 '디아벨리 변주곡'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youtu.be/l3qktiSzwMI

알프레드 브렌델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 [출처: 유튜브]



'디아벨리 변주곡'의 원제는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형 다장조 작품번호 120 (33 Veraenderungen fuer Klavier ueber einen Walzer von A. Diabeli in C Dur, Op.120'입니다. 이 곡이 쓰여진 배경에는 당시 출판계의 거물이었던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안톤 디아벨리 (Anton Diabelli, 1781-1858)'가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이기도 하였던 디아벨리는 요제프 하이든과 하이든의 동생 미하엘 하이든과 같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음악 교사들에게 작곡 수업을 받았습니다.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기타를 위한 연습곡과 소나타를 비롯하여 기타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과 기타와 성악을 위한 작품 등 기타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100곡이 넘게 작곡하였던 디아벨리는 1817년 '디아벨리 음악 출판사'를 설립하며 크게 성공하였으며, 빈 음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큰 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는 200명이 넘는 작곡가들의 수많은 작품들을 출판하며 그들의 작품들이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데 크게 공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디아벨리의 초상 [출처: Britania]



디아벨리는 1819년, 자신이 작곡하였던 왈츠를 주제로 당시 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작곡가들에게 변주곡을 하나씩 의뢰하여 묶어 출판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슈베르트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 '체르니 (Carl Czerny, 1791-1857)', '훔멜 (Johann Nepomuk Hummel, 1778-1837)', '크로이처 (Rodolphe Kreutzer, 1766-1831)', 그리고 모차르트의 아들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였던 '프란츠 사버 볼프강 모차르트 (Franz Xaver Wolfgang Mozart, 1791-1844)' 등이 디아벨리의 의뢰를 받은 작곡가였습니다. 그리고 디아벨리가 의뢰한 50여명의 작곡가 중 가장 핵심에 있었던 작곡가가 바로 '베토벤'이었죠.



https://youtu.be/OBrTEvF75mo

디아벨리가 작곡한 왈츠 [출처: 유튜브]



사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의뢰를 처음 받았을 때, 디아벨리가 작곡한 왈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조롭고 매력이 없는 디아벨리의 왈츠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곧 베토벤은 자신의 마음을 바꿔 독자적인 벼주곡을 작곡하겠다며 디아벨리의 의뢰를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베토벤이 작곡을 시작하여 4년이 지난 1923년에 완성한 작품이 바로 '디아벨리 변주곡'입니다.


2개의 주제와 30개의 변주곡으로 이뤄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피아노 변주곡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은 베토벤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뛰어넘기 위하여 33개의 변주곡으로 그 수를 늘렸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https://youtu.be/9DFP4Q5rGL8

리스트가 작곡한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변주곡 [출처: 유튜브]



디아벨리는 베토벤의 변주곡을 '디아벨리의 애국 예술가 동맹 변주곡 (Vaterlaendischer Kuenstlerverein Variationen)'의 1부에, 그리고 나머지 작곡가들이 작곡한 변주곡을 묶어 2부에 넣어 출판하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시켰습니다. 

베토벤은 이 '애국 예술가 동맹 변주곡'이 출판된 후, 자신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불멸의 연인'의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안토니 브렌타노 (Antonie Brentano, 1770-1869)'에게 헌정하였습니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변주곡'에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Don Giovanni, KV.527)'의 아리아 '밤과 낮, 항상 나는 지치네 (Notte e giorno faticar)'를 차용하거나, 자신의 피아노 소나타의 리듬을 대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행진곡, 바가텔, 미뉴엣, 푸가, 스케르초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며 베토벤의 음악적 영감을 집대성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디아벨리 변주곡'은 일반적인 변주곡에서 붙여지는 'Variation'이 아닌, '변형'을 뜻하는 'Veraenderung'을 제목에 붙인 것에서도 느낄 수 있듯 베토벤이 시도한 수많은 음악적 변화와 변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디아벨리 변주곡을 헌정받은 안토니 브렌타노 [출처: 위키미디어]



기존의 테마에서 일정한 형식과 패턴을 따르며 변주로 하던 '음형 변주곡'이 아닌,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각각의 변주의 독립성과 작곡가의 개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도드라지는 '성격 변주곡'을 대표하는 작품인 '디아벨리 변주곡'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디아벨리의 왈츠를 완전히 재탄생시키며 50여분의 긴 연주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명곡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33개의 변주곡 중 9번째 변주곡 '알레그로 페산테 에 리솔루토 (Allegro pesante e risoluto)'는 변주곡들 중 처음으로 '다 단조 (c minor)'로 조바꿈이 이뤄지는 단조의 변주곡입니다. 주선율의 꾸밈음을 활용하여 작곡된 이 변주곡은 단조이긴 하지만 축축 쳐지거나 슬픔에 가득찬 단조가 아닌 베토벤의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한 면모가 드러나는 단조의 작품입니다.

바로 이 9번째 변주곡이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과 가까워지고 둘만의 특별한 감정의 교류가 생겨나게 된 안나가 그 감정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곡을 작곡하는 장면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카핑 베토벤의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디아벨리 변구곡은 영화 '카핑 베토벤'의 또 다른 장면에서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베토벤이 자신의 '대푸가'를 초연한 후에 쏟아지는 혹평으로 인하여 결국 쓰러진 상황에서 안나가 베토벤을 간병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곡이 바로 디아벨리 변주곡 중 29번째 변주곡인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Adagio ma non troppo)'입니다.

굉장히 서정적이고도 느린 변주곡인 29번째 변주곡은 강렬했던 베토벤 특유의 음악적 특징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28번째 변주곡이 끝난 직후에 등장하여 마치 월광 소나타의 2악장이 연상되듯 매우 절제되고 서글픈 선율이 흐르는 변주곡입니다.



이렇게 짧게 등장하고 있지만, 음악사적으로나 작품성의 면에서도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베토벤의 작품 '디아벨리 변주곡'이 등장하는 영화 '카핑 베토벤',

다음 시간에는 '카핑 베토벤'의 마지막으로 영화에 수없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를 살린 클래식 #6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