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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ug 10. 2020

영화를 살린 클래식 #60

음악 영화 이야기 13. 카핑 베토벤-현악사중주 '대푸가'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 영화 이야기', 그 세번째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대푸가 작품번호 133번 (Gorsse Fuge in B flat Major, Op.133)'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https://youtu.be/13ygvpIg-S0

알반베르크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는 베토벤의 대푸가 [출처: 유튜브]



베토벤의 말년, 그가 청각을 완전하게 상실한 것으로 알려진 1825년에 작곡하여 다음해이자 베토벤이 사망하기 1년 전이었던 1826년에 비엔나에서 '슈판치히 콰르텟 (Schuppanzigh Quartet)'에 의하여 초연된 작품이 바로 '현악사중주 대푸가 내림 가 장조 작품번호 133번 (Grosse Fugue in B flat Major, Op.133)'입니다. 

'대푸가'는 원래 같은 해에 같은 조성으로 작곡되어 역시나 1년 뒤인 1826년에 슈판치히 콰르텟에 의해 비엔나에서 초연되었던 '현악사중주 13번 내림 가 장조 작품번호 130번 (String Quartet No.13 in B flat Major, Op. 130)'의 마지막 악장을 위하여 작곡된 곡입니다.

6악장으로 이뤄진 현악사중주 13번은 마지막 악장이 될 뻔 한 '대푸가'가 15분의 긴 연주 시간은 물론, 난해하여 마지막 악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변의 평판으로 인하여 대신 짧은 피날레를 넣어 완성되었으며, 베토벤의 후원자 중 한 명이었던 '갈리친 후작 (Nikolai Galitzin)'에게 헌정되었습니다.



베토벤 [출처: 구글 이미지]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 (Rudolph Johann Joseph Rainier von Oesterreich)'에게 헌정된 베토벤의 '대푸가'는 단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대를 앞서간 복잡하고도 어려운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초연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대푸가'는 그러나 베토벤에 대한 미국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음악학자 '루이스 락우드 (Lewis H. Lockwood, 1930-)'가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푸가는 하나의 작품 그 이상입니다. 이 작품은 음악학적인 성배이자 아이디어와 함축의 소용돌이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작곡가의 가장 혁명적이고도 근본적인 작품입니다 (..the Great Fugue is more than a piece; it's a musicological Holy Grail, a vortex of ideas and implications, It is the most radical work by the most formidable composer in history..)'라고 표현하였듯, 현재는 많은 연주자들에게 도전 과제로도 생각되는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대푸가' 오리지널 악보 [출처: Cantrion]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대푸가'는 베토벤이 피아노 연탄용으로 직접 편곡하여 '네 손을 위한 대푸가 작품번호 134번 (Frand Fugue for 4 Hands in B Major, Op. 134)'란 이름으로 따로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현악사중주에 더블베이스를 더하여 현악 오중주로 연주하거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하여 편곡되어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2018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 '오버 보드 (Overboard)', 2012년부터 7시즌까지 방영된 영국의 드라마 '인데버 (Endeavour)', 독일의 2010년 독립 영화 '박애 (Menschenliebe)', 1994년부터 10년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오스트리아의 드라마 '조사관 렉스 (Komissar Rex)',와 같은 매체에 배경 음악으로 등장하였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대푸가'는 영화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에서는 오프닝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카핑 베토벤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 달리는 마차 안에 앉아있던 '안나 홀츠'는 양치기 소년이 언덕에서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에서 베토벤의 대푸가의 주제를 연상하게 되고 마침내 베토벤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대푸가의 흥행 실패가 베토벤을 죽음으로 이끈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영화의 첫 장면에서 베토벤이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안나 홀츠가 마차를 타고 베토벤을 향해 가고 있다가 이 환청을 통하여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는 단 한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 대푸가는 반나체의 베토벤이 나팔 모양의 보청기를 오른쪽 귀에 꽂은 채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번갈아가며 작곡하는 인상적인 장면에서도 그가 작곡하는 작품으로 등장하며 테마를 베토벤의 연주들로 드문드문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카핑 베토벤' 중 베토벤이 대푸가를 작곡하는 장면 [출처: 영화 카핑 베토벤]



도전적이며 열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곡가 '베토벤'을 다룬 영화 '카핑 베토벤'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격정적인 베토벤의 작품 '대푸가'는 영화의 처음과 인상적인 작곡 장면에 등장하며 그의 이상과 누구보다도 앞서나갔던 음악적 선구자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이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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