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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Nov 16. 2021

영화를 살린 클래식 #74

드라마 '오징어 게임' 1.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징어 게임 포스터 [출처: 위키피디아]



2021년 하반기, 전세계를 '달고나' 열풍으로 몰고 간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 (Squid game)>인데요. 

황동혁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고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우리가 늘 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구슬치기', '오징어 놀이'와 같은 게임들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매우 잔인한 서바이벌 게임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https://youtu.be/oqxAJKy0ii4

오징어 게임 공식 트레일러 [출처: 유튜브]



빚에 시달리는 456명의 참가자들이 총 상금 456억원을 놓고 죽음의 게임을 벌이는 것이 골자인 이 드라마는 1명의 몸값이 1억원으로 책정되어 게임에서 지면 분홍색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요원들의 손에 죽음을 당하는 게임을 다루고 있죠. 456번, 즉 마지막 참가자인 '성기훈 (이정재 분)'은 다양한 사람들과 '깐부 (같은 편을 한다는 것이란 뜻의 은어)'를 맺고 배신도 하며 456억을 향해 달려갑니다.


456명의 참가자들이 입는 초록색 트레이닝 복마저 전 세계적으로 완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는 국가 모두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시즌2를 공식화하게 되었는데요. 이 드라마에는 우리 귀에 낯익은 클래식 작품 3곡이 계속 등장하며 반가움을 자아내면서도 섬뜩함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zoiworld/176



첫 번째 곡은 '엘리하이' CF와 '장학퀴즈' 시그널 음악으로 등장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입니다. 불과 얼마전 영화를 살린 클래식 70번째 글로도 만나본 적이 있는 곡이죠. 오징어 게임의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이 곡은 참가자들의 잠을 깨우는 기상 음악으로 사용되며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곡이 오늘의 주인공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표곡이기도 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출처: 위키피디아]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 (Johann Baptist Strauss/Johann Strauss II, 1825-1899)'는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요한 슈트라우스 1세 (Johann Strauss I, 1804-1849)'의 장남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어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음악가입니다.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에 굴하지 않고 19세가 되던 1844년 자신의 악단을 결성하여 지휘하였고, 5년 뒤인 1849년, 아버지의 사망 이후 아버지의 오케스트라를 합병하여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https://youtu.be/oRA01Fg0WF0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신년음악회에 연주하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출처: 유튜브]



'빈의 숲 이야기', '남국의 장미' 등으로 대표되는 500곡이 넘는 왈츠 작품들과 '피치카토 폴카'와 같은 폴카 곡들, '박쥐', '집시 남작' 등 16곡의 오페레타를 작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왈츠 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An der schoene blauen Donau, Op.314)'입니다.



비엔나를 관통하는 도나우강 [출처: kurier.at]



1866년,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참패하며 침울한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던 당시 '빈남성합창협회 (Wiener Maennergesang-Verein)'에서 당시 궁정무도 악장을 겸하고 있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에게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합창곡을 작곡해달라고 의뢰를 하게 됩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를 가로질러 흑해로 흘러가는 '도나우강 (Donau, 다뉴브 강)'을 노래한 오스트리아의 시인 '카를 베크 (Karl Isidor Beck, 1817-1879)'의 시 '도나우 강에서 (An der Donau)'를 가사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카를 베크 [출처: 위키피디아]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오스트리아 작곡가이자 작사가였던 '프란츠 폰 게르네르트 (Franz Edler von Gernerth, 1821-1900)'에게 의뢰하여 카를 베크의 시를 합창용 가사로 고쳐 1867년 '오 나의 오스트리아여 그리고 슈트라우스 식의 도나우 왈츠 (O du mein Oesterreich und der Strauss'sche Donauwalzer)'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습니다.

희망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후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으로 불려지며 비엔나의 황금홀에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매년 올려지는 신년음악회에서 항상 연주되는 곡이 되었으며, 1899년 게르네르트가 '푸른 도나우'에 맞춰 새롭게 고쳐 발표한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Donau so blau,
So schoen und blau
Durch Tal und Au
Wogst ruhig du hin,
Dich silbernes Band,
Und froehliche Herzen schlagen
An deinem schoenen Strand.

푸른 도나우 강,
이처럼 아름답고 푸르구나
계곡과 범람을 지나
조용히 퍼져가고 있었구나,
우리 비엔나는 네게 반갑게 인사한다.
너의 은색 줄기를,
그리고 행복하게 심장이 뛴다.
너의 아름다운 강변에서



오징어 게임 안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잔인한 게임 직전에 흘러나오는 긴장감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서명을 하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장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도 등장하는 이 곡은 우리가 항상 즐겁게 듣던 클래식 음악을 다르게 해석하고 삽입하여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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