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2.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지난 시간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권에 장기간 머무르며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 (Squide game)>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곡이어서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배경 음악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이 두 곡에 비해서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곡을 작곡한 작곡가는 매우 유명한 음악가이죠.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입니다.
러시아 후기 낭만 음악을 이끌어간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겨울에 더욱 친숙한 발레 작품인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하여 발레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비창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작곡가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1880년에 작곡한 '현을 위한 세레나데 작품번호 48번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48)' 중 2악장 '왈츠'가 바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세 번째 클래식 작품입니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차이코프스키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을 여행하며 접한 다양한 음악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관현악 작품들 중 가장 밝은 곡이자 차이코프스키가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원래 이 곡을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로 작곡을 하려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렇기에 보통 3~8개의 악장으로 작곡되는 고전 시대의 일반적인 세레나데 형식과 달리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4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는 차이코프스키가 현악사중주나 교향곡으로 작곡하려 했던 첫 구상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원래 현악오중주 작품인 코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Eine kleine Nachtmusik)'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곡과 같은 악기의 구성으로 곡을 완성하였습니다. 또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형식'에 대한 콤플렉스와 중압감에서 벗어나고자 '세레나데'란 제목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조금은 더욱 자유로운 작품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세레나데 (Serenade)'는 원래 17~18세기 경 발코니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에서 탄생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벼운 연주곡을 의미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이러한 세레나데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차이코프스키의 의도가 드러나듯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악장 '소나티네 형식의 소품: 안단테 논 트로포-알레그로 모데라토 (Pezzo in forma di Sonatina: Andante non troppo-Allegro moderato)'는 차이코프스키만의 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악장 '왈츠: 모데라토, 왈츠 템포로 (Waltz: Moderato, tempo di Valse)'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가장 유명한 악장이며, 단독으로도 매우 자주 연주되어지는 악장입니다.
3악장 '엘리제: 라르게토 엘레지아코 (Elegie: Larghetto elegiaco)'의 제목 '엘리제'는 '비가'를 뜻하며, 이 이름에 걸맞게 은은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작품입니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특징이 잘 묘사된 곡입니다.
마지막 악장 '피날레 <러시아 테마>: 안단테-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Finale <Tema Russo>: Andante-Allegro con spirito)'는 러시아의 민요 선율 2개가 주제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 때 쓰이는 러시아 민요가 바로 '목장에서'와 '푸른 사과나무 아래서'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가장 유명한 2악장 '왈츠'는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의 장면과 베팅을 하는 상류층 사람들의 장면에서 등장하며 대조적인 두 그룹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식사 시간에 대화를 하거나 서로 대립 구도를 세울 때 배경 음악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2악장 왈츠는 죽음의 게임을 실시간으로 관람하고 베팅하기 위해 동물 가면을 쓰고 모인 상류층 인간들이 참가자들을 일개 '게임말'처럼 쉽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장면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돈으로 갈라진 현실판 계급 사회를 비꼬는 장치로 쓰이는 것입니다.
https://youtu.be/PAeXRJtxbrQ?t=6
'왈츠'라는 음악 장르는 귀족과 왕족들의 유흥을 대표하는 춤이자 음악이었습니다. 이 쾌락은 시민들의 고통과 눈물을 바탕으로 피어났음을 부각시키려는 점에서 두 그룹의 극과 극의 상황을 같은 배경 음악을 쓴다는 아이러니함을 사용하여 멋지게 연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수많은 왈츠 음악 중 차이코프스키의 '현의 세레나데' 중 왈츠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것은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하기까지 한 슬픔을 통하여 인간 심리와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데에 매우 적합한 곡 선정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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