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살린 클래식 #76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차이코프스키 1812 서곡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코로나로 인하여 1년 정도 개봉이 미뤄지며 2021년 12월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은 영국식 첩보 영화로 큰 사랑을 받은 '킹스맨' 영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킹스맨이란 첩보 조직이 탄생한 배경을 그리고 있는 프리퀄 영화입니다.
'킹스맨' 시리즈를 모두 연출한 영국의 감독 '매슈 본 (MAtthew Allrad de Vere Drummond Vaughn, 1971-)'이 킹스맨 세번째 영화의 감독을 다시 한번 맡았으며, 우리에게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해리포터>의 악당으로 잘 알려진 영국 배우 '랄프 파인즈 (Ralph Nathaniel Twisleton-Wykeham Fiennes, 1962-)'가 주인공인 영국의 옥스포드 공작 역을 연기하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하고 세계에 혼란을 야기하기 위하여 모인 악당들의 조직 '목자의 무리'에 맞서는 옥스포드 대공이 '킹스맨'이라는 스파이 조직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입니다.
'목자의 무리' 속 다양한 악당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계기가 된 '사라예보 사건'의 주범인 '가브릴로 프린치프 (Gavrilo Princip, 1894-1918)', 아름다운 무용수이자 스파이 '마타 하리 (Mata Hari, 1876-1817)'와 같은 다양한 국적의 실존 인물들로 구성된 것으로 그려졌는데요. 이러한 까닭에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이 역할들을 맡고 있습니다.
라스푸틴과 조우하는 옥스퍼트 백작 [출처: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첫 킹스맨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들을 클래식 곡의 배경으로 그려냈던 (https://brunch.co.kr/@zoiworld/1) 매튜 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상징적인 클래식 작품들을 본 영화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파계 수도승이자 권력자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 (Grigori Tefimovich Rasputin, 1869-1916)' 역을 맡은 웨일스 출신의 배우 '리스 이반스 (Rhys Ifans, 1967-)'가 옥스포드 대공을 죽이려고 하는 순간인데요. 이 때 옥스포드 대공을 구출하기 위하여 대공의 아들 '콘래드 (해리 디킨슨 분)'와 '숄라 (자이먼 운수 분)'가 라스푸틴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 등장하는 이 클래식 곡은 바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8140-1893)'가 작곡한 '1812 서곡'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비롯하여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으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작곡가인데요. 그는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 음악사에 길이 남을 서곡을 작곡한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프랑스의 정복자인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완전히 점령하는데 실패하고 궤멸하게 된 계기가 된 '보로디노 전투'를 기념하기 위하여 '축제 서곡 1812'라고도 불리는 이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남긴 보로디노 전투 [출처: 매일경제]'보로디노 전투 (Borodinskaya bitva)'는 1812년 모스크바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보로디노 지역에서 러시아 군대와 나폴레옹의 군대가 1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기록하며 치열하게 벌인 전투입니다. 양쪽 모두가 패배한 것과 다름없는 전투였으나, 이 전투는 나폴레옹의 군대에 치명상을 입혔으며, 모스크바에까지 진입하고 항복을 받아냈음에도 퇴각을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전투였습니다.
함락을 당하기 전에 모스크바를 이미 모두 파괴해버린 러시아 군대 때문에 결국 혹한과 굷주림에 시달리며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던 나폴레옹의 군대는 1/10도 남지 못하였고, 결국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출처: 위키피디아]차이코프스키는 1880년 '1812 서곡'을 불과 6주만에 완성하였으며, 1882년 모스크바에서 초연이 올려졌습니다. 이 곡은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랑스 국가인 '마르세예즈'의 멜로디가 포함되어 대표적인 '표제 음악'의 특징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는 현악기로 성가 '신이 너를 보호하신다'의 멜로디를 조용히 연주하며 시작되며, 나폴레옹 군대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기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북소리와 러시아 민요 등을 통하여 러시아 군대의 전진과 국민들의 저항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마르세예즈의 멜로디가 사라지며 러시아 민요의 테마가 강조되는 점은 나폴레옹 군대의 몰락과 러시아의 승리를 효과적으로 그려줍니다.
마지막 파트는 러시아의 국가와 승전보를 알리는 종소리가 등장합니다. 특히 현재까지도 야외에서 연주되는 경우 16발의 대표를 실제로 발사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현란한 전투실력을 선보이는 라스푸틴 [출처: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은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속에서 러시아 전통 춤인 '코사크'가 연상되는 라스푸틴의 현란한 전투 실력과 함께 울려 퍼지며 뛰어난 전투 실력을 자랑하는 그의 모습을 익살스러우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812 서곡 외에도 본 영화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이 배경 음악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잔인하긴 하지만 매우 인상적인 장면에 등장하는 찰떡같은 클래식 음악ㄷㄹ과 함께 2배 더 재밌게 영화를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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