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속 클래식 15. 루니 툰 & 톰과 제리 속 헝가리 광시곡 2번
오늘은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속에 등장하여 강렬한 인사을 남긴 클래식 작품들과 그 애니메이션들을 소개하는 '만화영화 속 클래식'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영화를 살린 클래식'에서도 몇 번 다뤘던 미국의 '루니 툰 (The Looney Tunes Show)'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이고, 또 북한에서 '우둔한 고양이와 영리한 생쥐'란 제목으로 방영되기까지 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톰과 제리 (Tom and Jerry)'에도 등장한 클래식 음악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데요. 이 두 애니메이션 영상이 모두 최고의 히트를 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 힘은 원곡의 압도적인 매력과 그 매력을 잘 살린 재치 넘치는 영상의 조화 때문인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 (Franz iszt, 1811-1886)'는 '피아노의 왕'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피아노 명곡들을 남긴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이면서, 현재까지도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 음악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남긴 수많은 피아노 작품들 중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을 피아노 독주로 편곡한 '라 캄파넬라 (La Campanela)'를 비롯하여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 '초절기교 연습곡', '사랑의 꿈', 피아노 협주곡 등은 현재까지도 매우 어렵지만 아름다운 피아노 작품들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 리스트가 1848년부터 1853년, 그리고 1882년부터 1885년까지 두 번의 시기에 거쳐 작곡한 '헝가리 광시곡 (Hungarian Rhapsodieis, S.244)'는 현재까지도 원래의 피아노 독주 버전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 오케스트라 반주와 피아노 독주, 4개의 손을 위한 듀오 등으로 다양하게 연주되고 있는 리스트의 대표적인 명곡입니다.
19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헝가리 광시곡 중 1번부터 15번까지는 1848년 30대의 리스트가 작곡을 시작하여 5년만에 완성을 하였으며, 16번부터 19번까지 4곡은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1882년부터 그가 사망하기 1년 전이 1885년까지 작곡하였습니다.
이 헝가리 광시곡 19곡은 헝가리 전통 음악인 '차르다시 (Czardas)'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2번째 곡인 '헝가리안 랩소디 2번 올림 다단조 (Hungarian Rhapsody No.2 in c# minor, S.244/2)'입니다.
전형적인 '차르다시'의 구성으로 이뤄진 이 곡은 느리고 웅장하게 시작하는 '라산 (Rassan)' 파트를 지나 매우 빠른 리듬의 춤곡 형식인 '프리스카 (Frisca)'로 경쾌하게 흘러가는 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 <톰과 제리>는 1940년에 처음 제작되었으며, 현재는 3D 영화로도 개봉하며 8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있는 만화 캐릭터들입니다. 너무나도 귀엽지만 어딘가 어눌한 고양이 '톰'이 자신의 집에 기생하고 있는 생쥐 '제리'를 잡으려 갖은 수를 다 쓰지만 항상 제리에게 당하는 내용으로 짜여진 이 <톰과 제리>의 29번째 단편 애니메이션이 바로 1947년에 제작된 '고양이 음악회 (The Cat Concerto)'입니다.
피아니스트가 된 톰이 음악회 무대에 올라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을 연주하고, 이 때 그랜드 피아노 속 건반의 해머 위에서 곤히 잠을 자던 제리가 톰의 연주로 방해를 받자 그의 연주를 훼방놓는 이야기로 그려진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오스카와 같은 저명한 미국의 시상식에서 '최고의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으며 음악과 찰떡 같은 영상을 재치있게 만든 것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고양이 음악회'는 특히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이 어린 시절 본 후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지게 되었던 것으로도 많은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루니 툰>에서도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을 배경으로 한 비슷한 애니메이션 단편을 제작하였는데요. 바로 루니 툰의 주인공인 '벅스 버니'가 피아니스트로 등장하는 1946년 단편 애니메이션 <랩소디 토끼 (Rhapsody Rabbit)>입니다. 톰과 제리에 비하여 많이 알려지진 않아 아류작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사실 톰과 제리의 <고양이 음악회>보다 한 해 먼저 제작되었습니다.
<랩소디 토끼>에서 피아니스트가 된 벅스 버니가 피아노로 연주하는 주된 음악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이지만, 그 외에도 바그너의 오페라 <지그프리드 (Siegfried)> 속 '장송행진곡'이나,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The Barber of Seville)> 속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 (Al factotum)'와 같은 유명한 클래식 작품들의 익숙한 멜로디도 중간 중간 연주합니다.
벅스 버니가 전화를 받고 "프란츠 리스트? 그런 사람은 들어본 적 없어요~"라고 이야기 하고 전화를 끊은 후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의 주요 선율을 연주하는 것은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각각 5분 정도의 짧은 애니메이션 단편 영상들이지만 무려 두 개의 다른 애니메이션의 주 음악으로 쓰이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낸 인상적인 리스트의 명곡 헝가리 광시곡 2번, 두 애니메이션을 비교하며 감상해보면 이 작품을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