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 바흐의 '예수 인간의 소망과 기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란 이름으로 아이언맨, 토르,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블랙위도우 등 수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서로 다투거나, 함께 '타노스'나 '울트론'과 같은 빌런들과 싸우는 어벤져스 시리즈와 히어로들이 각각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들은 큰 흥행을 얻으며 수많은 팬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았습니다. 마블의 수많은 히어로들 중 자아를 가진 망토를 두른 매력적인 마술사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섹시하다는 칭송도 받고 있는 저음의 목소리가 가미된 매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인기에 힘입어 닥터 스트레인지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가 2020년 5월에 개봉하며 관객몰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2라고도 칭해지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소녀와 함께 거대 괴물로부터 도망가다 치명상을 입는 꿈에서 깨어난 닥터 스트레인지, 사랑했던 과거의 연인 '크리스틴'의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피로연이 어어지던 그 때, 밖에서 들리는 소란에 발코니로 나간 닥터 스트레인지는 꿈에 나왔던 소녀 '아메리카 차베스'가 실제로 괴물에게 쫓기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를 도와주러 나섭니다.
'평행 우주', '다른 차원에 있는 세상'이란 뜻의 '멀티버스'를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차베스를 공격하여 그녀의 능력을 뺏으려 하는 흑마법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최강의 능력을 지닌 전직 어벤져스 '완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갑니다.
결국 닥터 스트레인지는 차베스와 함께 차원을 넘어다니며 평행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 다른 닥터 스트레인지와 조우하며 다시 한번 세상을 구하기 위한 목숨을 건 싸움을 하게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2는 개봉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350만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큰 흥행을 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도 다양한 클래식 음악들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심지어 액션 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차원으로 간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 세계에서 흑마법서에 손을 대어 악마화 되어버린 다른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 서로 싸우는 장면에서는 악보에 있는 음표와 오선들을 마법으로 꺼내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의 주인공인 닥터 스트레인지가 공격할 때 노란 색의 음표들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 (Beethoven Symphony No.5 in c minor, Op.67, Das Schicksal)'의 1악장 멜로디를 노래합니다. [이 곡에 대해서는 영살클 57 https://brunch.co.kr/@zoiworld/138 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세요]
또 흑화된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 음표들을 맞받아 공격할 때에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Bach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565)'의 멜로디 푸른 색으로 흐르며 팽팽한 긴장감을 매력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이 곡에 대해서는 영살클 8 https://brunch.co.kr/@zoiworld/10 과 영살클 38 https://brunch.co.kr/@zoiworld/72 에서 만나보실 수 있으세요]
오늘의 주인공인 클래식 작품은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우리가 여태 '영화를 살린 클래식'에서 다룬 적 없는 매우 유명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바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작곡한 모테트 '예수, 인간 소망과 기쁨'입니다.
바흐가 1723년에 작곡한 교회 칸타타 147번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BWV.147)'은 10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가장 마지막 곡인 '예수께서 기쁨을 주셨다 (Jesus bleibt meine Freude)'는 '예수, 인간의 소망과 기쁨 (Jesu, Joy of Man's Desiring)'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바흐가 17세기 독일의 교회 음악가였던 '마틴 야누스 (Martin Janus, 1620?-1682?)'가 작곡한 찬송가 '예수, 내 영혼의 기쁨 (Jesus, Meiner Seelen Wonne)'의 가사를 가져와 합창과 관현악의 편성으로 작곡을 하였습니다. 바흐는 이 곡의 제목을 '예수께서 기쁨을 주셨다'로 변경하였지만 마틴 야누스의 원곡 이름으로 널리 퍼지게 되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원곡의 이름으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편곡들이 나오며 여러 악기 조합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 곡은 수많은 대중매체의 배경음악으로도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Jesus bleibt meine Freude
Meines Herzens Trost und Saft,
Jesus wehret allem Leide,
Er ist meines Lebenskraft
Meiner Augen Lust und Sonne,
Meiner Seele Schatz und Wonne.
예수님은 나의 기쁨의 원천이며
내 마음의 본질이며 희망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근심에서 보호하시고
내 생명의 힘에 근원이 되시며
내 눈에 태양과 기쁨이 되시고
나의 영혼의 기쁨이자 보물입니다.
Darum lass ich Jesus nicht
Aus dem Herzen und Gesicht.
그래서 저는 제 심장과 눈에서
예수님을 떨쳐놓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초반에 여전히 크리스틴에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녀가 다른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는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려 예식장으로 들어설 때부터 오르간 독주 버전으로 연주되는 곡이 바로 바흐의 '예수 인간의 소망과 기쁨'입니다.
오르간 독주로 연주되며 바흐의 이 곡은 더욱 경건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를 펼쳐내며 닥터 스트레인지의 애틋한 마음을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을 수 있도록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그너의 축혼행진곡이 오르간 독주로 연결되며 크리스틴이 행진을 시작하게 됩니다.
짜릿한 액션으로 눈이 너무나도 즐거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등장하여 감초 역할을 해주고 있는 클래식 작품들을 알고 영화를 본다면, 그 장면에 몰입하는데 더욱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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