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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Mar 30. 2017

영화를 살린 클래식 #16

영화 황산벌, 보케리니의 현악5중주 中 미뉴에트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도 저번 14, 15번 칼럼에 이어 클래식 음악이 들어있을거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영화와 클래식 명곡에 대해 다뤄보려 하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2003년 개봉한 한국 사극 코미디 영화 "황산벌"입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 속에서도 쉽게 상상하기 힘든 클래식 음악이 "사극" 영화에 들어있다는건 정말 의외일 것입니다.



영화 "황산벌"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황산벌"은 지금의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을 칭하던 지명이며, 660년 백제와 신라 사이에 일어났던 전투가 있었던 장소이며, 이 전투를 "황산벌 전투"라 칭하였습니다. 

당시 백제의 왕이었던 "의자왕 (596~678)"에게서 5천여명의 군사만을 배치받은 비운의 명장 "계백 (607~660)" 장군은 5만의 신라군 공격을 4번이나 막아내는데요. 하지만 마지막 5번째 공격은 버티지 못하고 백제의 5천 결사 부대는 전멸되었고, 이 전투에서 한 백제는 당시 중국 당나라와 연합을 맺은 70만이 넘는 신라군의 공격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멸망하게 됩니다.


영화 "황산벌"은 "왕의 남자", "사도", "동주" 등의 영화로 유명한 "이준익 (1959~)" 감독이 이 역사적 사건" 황산벌 전투"를 바탕으로 신라의 "김유신 (595~673)"과 백제의 계백 장군과 그들의 군대가 황산벌에서 대결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황산벌 전투 [출처: 나무위키]



물론 이 영화 "황산벌"은 계백 장군의 입장에서 비극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긴 합니다.

그러나 기마전, 욕 배틀 등등 기상천외한 대결 방법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하는 웃음 요소들을 곳곳에 넣어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 있었던 영화를 "코미디"라는 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역사적인 사실에 의해 눈물을 자아낼 수 밖에 없진 하지만요.


계백 장군 역의 "박중훈 (1966~)", 김유신 역의 "정진영 (1964~)", 의자왕 역의 "오지명 (1939~)" 외에도 "이문식 (1967~)", "류승수 (1971~)", "김승우 (1969~)", "신현준 (1968~)", "전원주 (1939~)", "김선아 (1973~)", "우현 (1964~)", "안내상 (1964~)" 등 크고 작은 역할조차 화려하게 캐스팅한 이준익 감독의 신의 한수 덕분일까요? 이 영화는 2003년 큰 흥행을 불러 일으키며 한국 코미디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후에도 TV 등에서 꾸준하게 재방영이 되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황산벌의 인기에 힘입어 이준익 감독은 2011년 신라와 고구려의 전투를 그린 "평양성"을 후속작으로 제작하여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암호해독관의 해석을 듣고 있는 신라 장군 "김법민"의 모습 [출처: 영화 "황산벌"]



이 영화는 무엇보다 "사투리"가 큰 역할을 했는데요. 삼국 시대에 분명 백제어, 고구려어, 신라어가 따로 있었다는 고증이 있으며 백제어는 전라도 사투리와, 고구려어는 강원도 사투리와, 또 신라어는 경상도 사투리와 비슷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당시의 상황의 이해를 돕거나 극의 재미를 위해 이준익 감독이 그 역할의 지위가 귀족, 왕이나 졸개이든 상관없이 백제는 전라도 사투리를, 신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도록 연출, 극화한 것이지 완벽히 그 시대를 재현해낸 것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사투리로 욕 배틀을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고 코믹한 부분인지만, 무엇보다 계백 장군이 "거시기 할 때까지 갑옷을 머시기해불자~"라는 말을 몰래 엿들은 신라의 스파이가 "김법민 (안내상)" 장군 앞에서 보고를 하고 "암호 해독관 (정해균, 1968~)"이 이 "거시기"와 "머시기"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 한자까지 조합해가며 해독하려는 노력을 하는 장면이 가장 포복절도할 장면이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거시기"와 "머시기"의 뜻을 해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암호해독관 [출처: 영화 "황산벌"]



바로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에서 나오는 배경 음악이 바로 "보케리니의 현악5중주 마장조 작품번호 11  (G 275)"의 5번 중 3악장 "보케리니의 미뉴에트"입니다.


"루이지 루돌포 보케리니 (Luigi Rodolfo Boccherini, 1743~1805)"는 이탈리아의 첼리스트이자 고전파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하이든의 음악을 숭배하고 따르던 작곡가로 실내악 작품을 많이 작곡했는데요.

기존의 실내악 음악 구성이 아닌 조금 다른 악기 구성의 작품을 많이 작곡한 음악가입니다.


그는 기존 현악사중주의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작품을 100여곡 가까이 작곡했을 뿐만 아니라, 현악 사중주에 첼로를 한대 더 넣은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2대의 첼로 구성의 현악5중주 작품을 처음으로 작곡한 작곡가입니다. 그는 이 구성의 현악5중주를 위한 곡을 무려 137곡이나 작곡했습니다.


보케리니의 방대한 작품들은 1969년 프랑스의 음악 학자인 "이브 제라르 (Ives Gerard, 1932~)"가 정리를 해 카탈로그로 분류, 발표하였으며, 지금은 "Opus (Op.)"의 작품 번호 외에도 이브 제라르의 성을 딴 "G"라는 작품 번호 기호를 함께 표기하고 있습니다.




첼로를 든 보케리니 [출처: 구글 이미지]



영화 "황산벌"에 나온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는 현악5중주 작품번호 11번, G 275번의 작품 모음 중 5번째 작품의 3악장입니다.

"L. R. Bocchrini Stringquintet in E Major, Op.11, G. 275, No.5"라고 표기되는 이 보케리니 현악5중주는 1악장 Andantino mosso, 2악장 Allegro con spirito, 3악장 Minuetto, 4악장 Rondo, Allegretto 이렇게 4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중 3악장 미뉴에트가 가장 유명하며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란 이름으로 다양한 편성으로 편곡되어 독립적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미뉴에트는 원래 프랑스의 시골에서 추던 3박자의 민속 춤곡입니다. 17세기 즈음엔 이 "미뉴에트" 춤과 음악의 유행이 확산되며 프랑스 궁정에까지 들어가며 우아한 춤곡으로 많이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점차 하나의 음악 형식으로 발전된 미뉴에트는 교향곡, 모음곡, 소나타 등의 한 악장 (주로 3악장)으로 많은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는 3박자의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이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는 바흐의 미뉴에트와 함께 CF, 영화, 드라마 등에도 많이 쓰여 대중들에게도 굉장히 친숙한 작품입니다.



필자가 직접 연주하는 플루트, 바이올린, 피아노 삼중주 편곡의 "보케리니의 미뉴에트"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직접 말하기 난처할 때 대신 쓰이는 대명사나 감탄사, 또는 남성의 생식기입니다. "머시기"는 이 거시기의 뜻에 무엇이란 뜻이 더 첨가되어 있는 "이러쿵 저러쿵", "동네방네"와 같은 언어유희에서 나온 단어이구요.


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로만 정의 내리기엔 이 "거시기"와 "머시기"는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 단어들을 많이 쓰고 듣는 전라도 지역의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의미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난해한 단어를 적극 활용,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어 "거시기 할 때까지 갑옷을 머시기 해불자~"라는 계백 장군의 말이 그저 단순하게 "전쟁이 승리로 끝나거나 우리가 죽기 전까지 갑옷을 벗지 않도록 하자!"라는 백제와 계백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 (죽고자 하는 자는 살고, 살려 하는 자는 죽으리라)" 의지를 표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라의 진영에서 이해를 못해 암호라 생각, 쩔쩔매며 시종일관 진지하게 해독을 하려 애쓰는 장면을 연출해내며 큰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영화 "황산벌" 안에서 전라도 사투리 "거시기"란 단어를 전국적으로 유행시키며 영화 속 가장 코믹한 장면으로 우리의 기억에 자리잡게 된 명장면과 배경 음악인 클래식 명곡 "보케리니의 미뉴에트"는 또하나의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일 것입니다.



영화 "황산벌"의 또다른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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