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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Mar 28. 2017

영화를 살린 클래식 #15

영화 쎄시봉,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中 남 몰래 흐르는 눈물

안녕하세요. 매달 2, 4번째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모은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저번 칼럼의 "툼 레이더"의 액션 어드벤쳐 블록버스터와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만큼 "아니, 이 영화 속에도 클래식 음악이 들어있다고?"라는 의아함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인데요.

그것은 바로 2015년 복고 열풍과 함께 개봉한 한국 영화 "쎄시봉"과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 중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e lagrima)"입니다.



영화 쎄시봉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7080세대의 음악을 비롯,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 등으로 대변되는 20세기 문화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는 중, 장년층의 영향으로 요즘 TV나 극장가, 클래식에도 복고 문화가 유행을 하고 있는데요.

그 유행에 힘입어 통기타 하나로 자유와 청춘을 노래하던 1960년대 음악 그룹과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2015년에 영화로 제작되며 큰 인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음악 그룹은 바로 지금의 클럽이나 공연장처럼 60~70년대 당시 젊은이들의 최고 인기 장소였던 서울 무교동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 (C'est si bon)"으로 대표되는 포크 음악 가수들의 모임입니다.


당시 음반 제작자들이 가수를 발굴하는 장으로 삼았던 곳이기도 한 이 음악 감상실 "쎄시봉"은 "좋다", "It's good"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C'est si bon)"에서 상호를 따왔으며, 영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세대를 앞서 나가는 문화란 인식이 있던 그 당시의 분위기에서 무려 프랑스어를 사용함으로써 젊은이들의 트랜드를 이끌어 가는 장소로 주목받고 사랑받기에 충분했다고 합니다.



쎄시봉 음악 감상실 1층의 모습 [출처: 국제 신문]



현재의 작은 콘서트홀이나 재즈바와 같은 분위기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은 1층 입구에 매표소가 있었으며, 1층은 150석 규모의 홀, 2층은 80석 정도의 레코드판이 가득찬 DJ박스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1층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2층에서는 DJ가 신청곡을 틀어주거나 사연을 읽어주는 음악 다방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당시 "쎄시봉" 음악 감상실에서 라이브로 연주, 노래하는 주축이었으며 현재도 활동 중인 가수 "송창식 (1947~)", "윤형주 (1947~)", "이장희 (1947~)", "조영남 (1945~)", "김세환 (1948~)"이 5인조 포크송 밴드 "쎄시봉 밴드"를 결성해 선풍적인 인기를 받으며 당시 젊은 청춘들의 유행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쎄시봉 콘서트 - 좌에서부터 김세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출처: 구글 이미지]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쎄시봉"은 공동경비구역 JSA (2000), 시라노 연애조작단 (2010) 등으로 유명한 "김현석 (1972~)" 감독이 이 음악 감상실 쎄시봉과 젊은 가수들을 배경으로 "김윤석 (1968)", "정우 (1981~)", "김희애 (1967~)", "한효주 (1987~)", "장현성 (1970~)", "진구 (1980~)", "강하늘 (1990~)", "조복래 (1986~)", "김인권 (1978~)"  등의 초호화 캐스팅을 통해 당시 대중 음악계를 이끌어가던 젊은 가수들의 사랑과 감성을 담담하게 끌어낸 영화입니다.

40, 50대들의 선풍적인 사랑을 받은 이 영화 "쎄시봉"의 인기는 실존 가수들이 다시 모여 추억의 노래들로 가득 채운 "쎄시봉 콘서트"로도 이어졌으며, 전국 투어의 거의 모든 콘서트가 매진되는 기록으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쎄시봉 밴드 중 대중 음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던 "트윈 폴리오"의 멤버 "윤형주 (강하늘 역)"와 "송창식 (조복래 역)", 그리고 가상의 인물 "오근태 (정우 역)"입니다.

쎄시봉의 프로듀서인 "이장희 (진구)"는 쎄시봉의 스타이자 라이벌인 윤형주와 송창식, 그리고 그들의 극과 극인 성격과 음색을 중화시켜줄 중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오근태를 영입, "트리오 쎄시봉"을 구성하려 하고, 쎄시봉 음악 감상실에 매일같이 찾아오며 가수들의 뮤즈 역할을 하던 "민자영 (한효주 역)"과 사랑에 빠진 오근태는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하며 일어나는 일들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좌측 위부터 조영남 역의 김인권, 윤형주 역의 강하늘, 이장희 역의 진구, 송창식 역의 조복래, 민자영 역의 김희애, 한효주, 오근태 역의 정우, 김진태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쎄시봉"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극 중 젊은 날의 송창식 역을 맡았던 배우 조복래가 처음 등장에서 불렀던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 (Una furtive lagrima)" 입니다.

이 아리아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있고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리아로 영화 전체에서 단 한번밖에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클래식 음악이지만 포크 음악만으로 가득 차 있던 영화에서 "송창식"이라는 인물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며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1935~2007)"가 부른 "남 몰래 흐르는 눈물" [출처: 유튜브]



"가에타노 도니제티 (Gaetano Donizetti, 1797~1848)"는 사랑의 묘약을 비롯, 돈 파스콸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의 오페라로 "벨리니 (Vincenzo Salvatore Carmelo Francesco Bellini, 1801~1835)", "로시니 (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와 함께 19세기 이탈리아 음악계를 이끌어 나간 작곡가입니다.


도니제티가 작곡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그가 1832년 35세의 나이에 작곡, 초연한 작품으로 "펠리체 로마니 (Felice Romani, 1788~1865)"의 대본으로 작곡한 2막짜리 희극 오페라입니다.

스페인의 젊은 농부 네모리노가 지주의 딸 아디나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인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사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줄거리의 이 오페라 중 제2막에서 네모리노가 사랑하는아디나의 마음을 알게 된 후 부르는 감동의 아리아가 바로 이 "남 몰래 흐르는 눈물"입니다.



도니제티 (좌)와 펠리체 로마니 (우) [출처: 위키페디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Una Furtiva Lagrima negli occhi suoi spunto..
Quelle festose giovani invidiar sembro..
Che piu cercando io vo?
M'ama, lov vedo.
Un solo istante i palpiti del suo bel cor sentir!
Co' suoi sospir confondere per poco i miei sospir!
Cielo, si puo morir; di piu non chiedo.
 Si puo morir! Si puo morir d'amor!

남 몰래 흐르는 눈물, 그녀의 뺨에 흐르네.
다만 그대는 홀로 생각에 잠겨, 무엇을 의심하랴, 무엇을 의심해.
내가 찾던 진실한 사랑, 그대에게 있음을,
깊이 그대가 간직한 사랑의 말과, 남 몰래 흐르는 그대의 한숨, 나만이 듣는다.
오늘의 그 한숨.. 나만이 듣는다.
오늘의 그 한숨, 그녀의 한숨과 나의 한숨이 마주할 때, 기쁨에 넘쳐 흐른다.
주여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이제 무엇을 더 바라오리까, 바라오리까..


위와 같은 절절한 가사와 서정적이면서도 서글픈 멜로디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있는 이 아리아는 영화 "쎄시봉"에서 서울 예술 고등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송창식이 처음 음악 감상실의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다른 주인공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부르는 모습을 재연해낸 장면에 등장하는데요. 송창식은 자신이 기타로 반주를 연주하며 부른 이 아리아를 통해 "쎄시봉" 대학생의 밤 무대에서 11주 연속 우승자였던 윤형주를 꺾고 첫 승을 거두게 됩니다.


이 장면은 포크 음악과 노래만으로 수놓아져있던 영화에서 가수 "송창식"이란 인물의 특출난 음악성을 보여주면서 강한 인상을 심어줘 영화 속의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기억되게 합니다.



영화 "쎄시봉"에서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부르는 송창식 역의 조복래 [출처: 뉴시즈]



70년대 대중 가요의 주축이 되었던 인물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다룬 영화 "쎄시봉", 그리고 그 속에서 자칫 어울리지 않는 옥의 티가 될 수도 있었던 클래식 작품 "남 몰래 흐르는 눈물", 하지만 이 아리아는 영화 속에서 자칫 조연으로 치우쳐 버릴 수 있었던 역할의 배우를 첫 등장부터 관객들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며 영화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는 클래식 작품이 되었습니다.




*다른 칼럼들과 연주 일정, 레슨 등은 www.soipark.net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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