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메테우스', 쇼팽 '빗방울 전주곡'
영화 <글래디에이터>,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지 아이 제인>, <한니발>, <하우스 오브 구찌> 등을 통하여 세계적인 영화 감독의 자리에 오른 영국의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1937-)’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1979년 SF영화 <에일리언>일 것입니다. 외계인의 습격을 받는 우주선과 승무원들의 공포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그리고 있는 SF호러 영화 <에일리언>은 후속작들도 큰 인기를 얻게 되며 ‘에일리언’은 우주괴물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201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직접 프리퀄 영화인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의 각본과 제작을 맡으며, 에일리언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여배우 ‘노미 라파스 (Noomi Rapace, 1979-)’를 비롯하여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매그니토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Michael Fassbender, 1977-)’,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샤를리즈 테론 (Charlize Theron, 1975-)’, ‘가이 피어스 (Guy Pearce, 1967-)’, ‘이드리스 엘바 (Idris Elba, 1972-)’, ‘로건 마셜그린 (Logan Marshall-Green, 1976-)’ 등이 출연한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준 대가로 코카서스 바위산에 쇠사슬로 묶여 매일 독수들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에 시달리는 불사신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을 땄습니다.
에일리언이 인간을 공격하기 30년 전인 2089년, 고고학자 ‘엘리자베스 쇼 (노미 라파스 분)’와 ‘찰리 할러웨이 (로건 마셜그린 분)’는 인류를 창조한 선조로 추정되는 별자리표를 발견하고 억만장자 CEO인 ‘웨이랜드 (가이 피어스 분)’의 지원을 받아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웨이랜드 사의 안드로이드 ‘데이비드 (마이클 패스벤더 분)’을 포함하여 우주선 ‘프로메테우스’ 호에 몸을 실은 대원들은 2093년, 목적지인 행성에 도착합니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 안에 전멸한 휴머노이드 외계인의 시신에서 인류와 일치하는 DNA를 발견하는 성과를 이뤄냈으나, 인조인간 데이빗은 자신이 발견한 실린더 속 검은 액체를 물에 몰래 타서 할러웨이에게 마시게 합니다. 그 후에 할러웨이와 관계를 가진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뱃속에 무언가 자란다는 것을 느끼고, 에일리언들이 공격을 가하고 할러웨이의 상태는 매우 나빠집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선장 ‘야넥 (이드리스 엘바 분)’은 이 행성이 휴머노이드들이 실험을 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장소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에일리언이 배에서 자란다는 것을 느낀 엘리자베스는 직접 수술을 하여 제거를 하고 웨이랜드, 데이빗과 함께 다시 인공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아직 숨이 붙어있는 외계인을 깨웁니다. 외계인은 웨이랜드를 죽이고 자신의 우주선을 이륙시키려 합니다. 우주선이 지구를 향하려는 것을 깨닫고 지구 멸망을 막으려는 엘리자베스는 야넥 선장에게 연락을 하여 프로메테우스 호로 우주선을 들이받게 합니다.
살아남은 대원은 엘리자베스와 데이비드 둘 뿐이었고, 외계인에게 목이 잘려버린 데이비드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을 고쳐주면 외계인의 우주선을 조종하여 지구로 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지구로 향하는 것이 아닌, 인류를 창조한 그들이 왜 멸망을 시키고자 하는지 알고 싶다며 휴머노이드 외계인의 행성을 향하고자 합니다. 마침내 엘리자베스와 데이빗은 외계인의 우주선을 타고 그들의 행성을 찾아 떠나갑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불친절한 영화에도 손꼽히는 이 영화에서 안드로이드이자 프로메테우스 호의 관리자인 데이비드는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을 가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엔딩 크래딧에는 그를 상징하는 듯한 매우 중요한 클래식 작품이 등장합니다. 바로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입니다.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 (Frederic Francois Chopin, 1810-1849)’는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피아노의 왕’ 리스트와 함께 가장 위대한 피아노 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났으나 20세에 프랑스로 떠나 죽을 때까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는 실향민의 아픔을 200여곡의 작품을 작곡하는데 쏟아 부었는데요. 그의 작품 대부분은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작곡되었습니다. 환상즉흥곡을 포함한 4개의 즉흥곡과 21개의 녹턴, 58개의 마주르카 등을 작곡한 쇼팽은 폐결핵으로 고생을 한 시기에 ‘24개의 전주곡 (24 Preludes Op.28)’을 완성하였습니다.
쇼팽의 오랜 연인이었던 ‘조르주 상드 (George Sand, 1804-1876)’는 쇼팽의 요양을 위하여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으로 떠났으나 그 곳에서도 이상기후 때문에 폭풍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산 속 깊은 곳의 수도원 인근 오두막에 머물던 중, 조르주와 아이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시내로 나가게 됩니다. 이 때 폭우가 쏟아지며 그들은 밤새도록 길을 헤매다 매우 늦게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고, 홀로 고립되어 있던 쇼팽은 두려움과 고독에 휩싸인 채 피아노 앞에 앉아 밤새 그들을 기다리며 작곡을 하였습니다.
이 때 탄생한 곡이 바로 ‘전주곡 15번 빗방울 (Prelude in D flat, No.15 ‘Raindrop’)’입니다. 계속 일정하게 연주되는 왼손의 음이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빗방울 전주곡’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이 곡은 아름다우면서도 고독한 빗 속에 갇힌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2011년 영화 ‘마진 콜’, 1977년 영화 ‘페이스오프’, 2002년 영화 ‘트리플엑스’, ‘시티바이더씨’ 등에 등장하기도 한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비드라는 인조인간의 상황을 대변해주면서도 긴장감과 고독, 그리고 불안감까지 느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배경 음악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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