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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냥이 Aug 05. 2024

영화를 살린 클래식 #103

음악 영화 이야기 17. 샤인 <1>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안녕하세요. 매달 첫 주에 영화 속 잊혀지지 않는 클래식 명곡들을 주제로한 '영화를 살린 클래식' 칼럼으로 찾아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쏘냥 (박소현)입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음악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들을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영화 <샤인> 포스터 [출처: imdb.com]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엄격한 아버지 ‘피터’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증이 심해져 정신 병원에 입원하였던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David Helfgott)’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샤인>이 그 주인공인데요. 1966년 호주에서 제작된 이 전기 영화 <샤인 (Shine)>은 호주의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인 ‘로버트 스콧 힉스 (Robert Scott Hicks, 1953-)’가 감독을 맡고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캐리비안의 해적>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호주의 국민 배우 중 한 명인 ‘제프리 러쉬 (Geoffrey Roy Rush, 1951-)’가 주인공인 ‘데이비드’ 역을 맡았습니다. 또 젊은 시절의 ‘데이비드’ 역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에 출연한 오스트레일리아 배우 ‘노아 테일러 (Noah Taylor, 1969-)’가 연기하였으며, 아버지인 ‘피터 헬프갓’은 영화 <천사와 악마>, <피스메이커>, <레닌그라드> 등에서 활약한 독일 배우 ‘아르민 뮐러 슈탈 (Armin Mueller-Stahl, 1930-)’이 열연을 펼쳤습니다.



https://youtu.be/KQltiVEWI4E?si=I3Hq3txvsSwxQhYg

영화 샤인 공식 예고편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어린 데이비드, 그러나 아버지 피터는 아들을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인 피아니스트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길 바라며 강압적으로 그를 가르치고 1등만을 강요하게 됩니다. 데이비드의 재능을 알아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은 데이비드에게 미국 유학을 제안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들에게 부모형제를 모두 잃고 호주로 건너온 폴란드인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품을 떠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극도로 반대합니다. 결국 깊어진 부자의 감정의 골이 이 사건으로 인하여 폭발하게 되고, 데이비드는 영국 왕립 음악원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자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홀로 영국으로 떠나 왕립음악원에서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영국왕립음악학교에서 세실 팍스 교수의 가르침을 받는 데이비드 [출처: 영화 샤인] 



국제 콩쿨에 나가게 된 데이비드는 아버지가 그토록 그가 연주하길 바랬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게 됩니다. 결국 콩쿨 도중 트라우마에 휩싸이게 된 그는 연주를 마치고 난 후 쓰러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12년간 정신병원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되었으며 점차 세상에 잊혀집니다. 퇴원을 하고 난 데이비드는 한 와인바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그에게 정을 느낀 15세 연상의 여성 ‘질리언’을 만나 그녀와 함께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1984년, 드디어 무대 위에 재기에 성공하게 됩니다.



질리언 헬프갓 생전에 데이비드 헬프갓과 함께 찍은 사진 [출처: ABC]



후에 ‘질리언 (Gillian Helfgott, 1932-2022)’과 함께 세계를 돌며 공연을 이어갔으며, 2022년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공연을 멈추지 않고 있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David Helfgott, 1947-)’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내가 된 질리언과 함께 이제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 ‘피터’의 묘를 찾아 그와의 화해를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요. 이 때 등장하는 아름다운 음악이 바로 비발디의 모테트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입니다.



https://youtu.be/zvnEUVYia8Q?si=OGmhUNvblkS2ppJd

영화 <샤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테트 (Motet)’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 크게 유행하였던 음악 양식으로 종교를 주제로 한 성악곡입니다. 성악가의 기교와 멜로디를 뽐낼 수 있는 이 모테트들 중 가장 유명한 모테트가 바로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안토니오 비발디 (Antonio Vivaldi, 1678-1741)’가 1735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모테트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작품번호 630번 (Nulla in mundo pax sincera RV.630)’입니다.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져 있지 않은 시를 가사로 한 이 작품은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바소 콘티누오의 악보에 소프라노가 노래 부르는 작품입니다. 13분의 연주 시간 동안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그리고 다시 아리아를 부른 후 할렐루야로 끝맺는 이 작품은 소프라노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역대의 멜로디들이 등장하는 고난이도의 작품입니다.



비발디의 초상 [출처: 위키피디아]


<아리아 (Aria)>
Nulla in mundo pax sincera
sine felle; pura et vera,
dulcis Jesu, est in te.

이 세상에 진실된 평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괴로움이 없는; 순수하고 진실된 평화는
달콤한 예수님, 당신 안에만 있습니다.

Inter poenas et tormenta
Vivit anima contenta
Castil amoris sola spe.

형벌과 고통 그 중심에서 살아갑니다.
충만한 영혼은 유일하게
순결한 사랑만을 희망으로 삼습니다.

<레치타티보 (Recitativo)>
Blando colore oculos mundus decepit
at occulto vulnere corda conflicit;
fulgiamus ridentem, vitemus sequentem.
nam delicias ostentando arte secura
vellet ludendo superare.

세상은 매혹적인 색으로 눈을 속입니다.
하지만 숨겨진 상처로 침식되지요.
웃음 짓는 사람을 멀리하고, 뒤따르는 사람들과 거리를 둡시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교묘하게 보여주고
속임수로 우리를 파멸시키는 까닭이기 때문이죠.

<아리아 (Aria)>
Spirat anguis
inter flores et colores
explicando tegit fel.

또아리를 튼 뱀은
꽃의 아름다움 속에서
독을 숨기고 펴쳐냅니다.

Sed occulto factus ore
homo demens in amore
saepe lambit quasi mel.

그러나 은밀한 입맞춤으로 인하여
사람은 사랑에 미쳐
마치 꿀을 핥아내듯 입밎춥니다.
 
<할렐루야 (Alleluia)>



이렇게 고통 없이는 평화를 찾을 수 없으며, 주의 품 안에서 영원한 평안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는 대표적인 음악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화 <샤인>의 마지막에 등장하며 많은 이들에게 미움과 고통 그리고 용서와 사랑, 그리고 극복에 대한 메시지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영화 샤인 포스터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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