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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Park Feb 18. 2021

'부캐'가 넘쳐나는 이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내가 좋아하는 부캐 '마미손' (출처 어베인 뮤직제공, 아주경제)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움직인다. 그러한 세상 속에서 새로운 말들이 많이 들려지는데 그중 '마미손'부터 시작해서 작년부터 '부캐릭터'라는 의미의 '부캐'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또 이제는 미디어를 넘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부캐'가 하나의 능력으로 자리잡고 인정받고 있다. 

부캐와 비슷하게 'N잡러'라는 말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직업도 고정된 딱 한가지로 평생을 책임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여러가지 모습으로 발을 들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아이덴티디 (Identity)로만 살아가기에는 트랜드에 뒤쳐지는 것 같은 이시대에 가장 걸맞는 능력이 아마도 '넓고 얕은'지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러 분야에 발을 담구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걷핥기 식으로 배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 '넓고 얕은'지식이라는 제목을 붙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지는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지금에서야 1권을 읽어보았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채사장


나처럼 넓고 얉은 지식으로 여러 분야에 기웃거리며 아는 척이나 해볼까 하고 책을 폇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모순적이게도 이 책을 다 읽고 깨달은 것은 여러 분야에 '능통(?)'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넓고 얕은'지식이란 모든 지식의 사회의 근본이 되는 그 먼 과거에서 부터 지금의 사회를 이어 흘러온 역사, 경제, 사회의 큰 밑 바탕의 틀을 아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면에서『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은 이 세상에 떠다니는 여러가지 생각, 이념 등을 한 자리에 예쁘게 잘 모아 설명해 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한번쯤 궁금했지만 도대체 어디서 부터 알아봐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아 들춰보지 않았던 것들을 쉽고 직관적인 예로 풀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눈에 보이도록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펼쳐보았을 때 처음보다는 더 조금 이해될 것 같다. 


책이 처음부터 끝가지, 또 1권에서 0권까지 순서에 맞게 잘 쓰여져 있기 때문에 작가가 우리를 이끌어가기 원하는 순서대로 읽으면 그 이해의 흐름이 더 쉽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책이다 설명하는 것 보다는 순간순간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나의 이야기를 모아보았다. 




#1

미디어가 판매하는 것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미디어의 고객도 당신이 아니다. 미디어가 판매하는 상품이 당신, 바로 시청자이고,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기업이다. 기업은 시청률을 사고, 미디어는 시청자를 기업에 판매한다. 


단순하게 '판매한다'라는 말을 머리속에 떠올리면 원하는 물건을 얻기위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를 생각하게된다. 돈과 교환되는 것이 물건이 아니더라도 무엇을 사는데에는 직접적으로 돈이 개입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교환의 사이에 돈이 오고 가지 않는 거래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는 배우들은 제작사, 방송국으로 부터 돈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제작사와 방송국은 어디서 수익을 얻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든적이 있었다. 


그 질문에 꼬리를 물고 방송국이라는 거대한 이름보다 이제는 작은 방송국이 되어버린 것 같은 유튜브의 세계가 떠울랐다. 

유튜브가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오고 '유튜버'라는 직업이 이제는 낯설지 않는 이 시대 속에서 뒷광고라는 키워드가 뜨겁게 떠오른 적이 있었다. 유튜버가 하나의 직업이 되면서 억대의 수입을 내는 유튜버들도 생겨나고, 그에 따라 유튜브의 수익구조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은 방송국이라고 설명한 것 처럼, 유튜브도 방송국과 비슷한 수익구조를 보인다고 생각이 들었다. 유튜버들은 하나의 방송국으로 기업에게 자신의 구독자를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 유튜버를 사는 것이 아닌 그 유튜버가 가진 구독자, 영향력 등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뒷광고'논란이 크게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뒷광고란 기업에게 광고비를 받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제품을 홍보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수익구조의 논리에서 보면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방송국이 대기업에게 시청자라는 상품을 판매하고 기업이 그것을 사는 그 구조 사이에 당연히 방송국이 대기업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한 구조속에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사회는 여러가지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2

비정치적 성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지 않는 것, 정치적 사안의 심각정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중립이나 비정치적인 성향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보수적 세계관이다.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정치'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어딘가 모르게 부정적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이나 이미지만 찾아봐도 많은 사람들이 '정치' 또는 '정치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한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 조금은 한발짝 물러서려고 하는 것 같다. 


미디어나 언론이 자신들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양 극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비정치적'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곳도 있다. 종종 일상에서도 '비정치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정치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니 비정치적은 마치 나는 그런 부정적인 단어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게 흔히 듣고 쓰는 말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비정치적이라는 것이 중립의 위치가 아닌 보수적이라는 세계관이라는 말에 조금은 놀라웠다. 모든 사회의 집단은 정치적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정치적이라는 단어의 그 출발이 무엇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또한 단어가 주는 힘, 그 뉘양스의 차이 그리고 그 단어와 의미를 들여다 보는 시각의 차이가 참 크게 느껴졌다. 


#3

비판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규정해주는 것이다.


종종 비난과 비판의 차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곤 한다. 다른 사람을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말라는 내용에서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책에 예로 든 살이 많이 찐 친구를 만났을 때 비난과 비판의 차이를 읽어보며 내가 그 살이 많이 찐 친구라면 둘다 상처가 되는 건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팩폭 (팩트폭력)'의 느낌이였다. 그말이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상처는 상처이니 비판이라는 말로 포장해 다른 사람에게 팩폭을 날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어떻게 보면 나의 잡생각이다. 작가는 이 의도로 이 부분을 쓴 것이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이 책은 큰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흘러가기 때문에 한부분만 떼서 가져오면 안된다. 앞뒤문맥에 이어지는 내용을 꼭 살펴봐야한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기억하고 싶은 잡생각이라 남겨보았다. 


#4

당신이 매우 윤리적이며 이 사회를 변화시킬 역량을 충분히 갖춘 권력자라면, 당신은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어떻게 다루겠는가?



이책의 큰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세금'과 '복지'이다. 이둘은 시소와 같이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는 구도이다. 그 어느쪽에 무게를 두냐에 따라 사상이 바뀌고 성향이 바뀐다. 


옳다 그르다의 논리가 아니므로 정답은 없다. 나는 소심한 평화주의자로 '정치'는 왜 꼭 갈등과 싸움을 동반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는데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선택한 많은 나라에서는 그 갈등이 필연적인 것이라는 것을 이책 전반을 읽으며 느꼈다. 


물론 필요 이상의 갈등이나 논리나 기본을 벗어난 싸움은 불필요 하다. 하지만, 누군가 한사람이 이기고 지고 하는 게임이 아닌 곳에서는 대립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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