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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Park Oct 03. 2022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 듯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구의 모든 것 위에 사는 듯한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인간이 중심에 있는 그 지구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는 '더스트'로 멸망한 지구에서 생존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계의 이야기가 공존한다. 세상의 끝이라는 주제는 SF의 기본 소재이기는 하지만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던 올해 여름과 2019년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의 공포와 일상으로의 회복을 경험했던 가을을 지나면서 책을 읽는 동안 현실의 세계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있었다. 



인간들이 돔 안에 갇혀 죽어갈 때 모스바나는 인간이 가본 적 없는 지역까지 번성한 우점종이었지요. 그리고 그 영광의 시대가 끝났을 때, 모스바나는 기꺼이 그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인간이 우점종으로서 미처 생각 조자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더스트'로 인해서 멸망한 지구에서 더스트에 내성이 없는 인간을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더스트를 보며 그것이 우리에게는 우리가 만들어낸 지구온난화 일 수도 있고, 내성이 없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게 하는 더스트가 우리가 두려워했던 코로나 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소설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더스트'를 만들어낸 것도 또 그것이 인간의 삶에 위협으로 변하는 순간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보며 지구 위에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을 모두 포함하여 인간이라는 종은 절대 살아남기에 우월한 종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에서는 우리가 약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식물을 통해서 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끝이 다가왔을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떠할지도 아주 자세하게 보여준다. 


지수가 보아온 돔 바깥의 사람들은 허황된 신념에 몸과 정신이 묶여 있었고, 종교를 믿거나 혹은 종교에 준하는 가치를 신봉했는데, 오직 그것만이 이 끔찍한 세계를 견디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곳의 사람들은 어떤 신념 없이 그저 내일을 믿었다. 그들은 이 마을의 끝을 상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동물과 식물이 멸종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버티는 곳이었던 돔. 그리고 그 바깥에서 다른 내일을 꿈꾸며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의 끝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 오늘을 버티며 꿈꾸는 내일은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내일뿐만 아니라 지구의 내일을 꿈꾸며 씨를 뿌릴 때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그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지구의 새로운 시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그 끝을 맞이할 때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될까.


코로나에 걸려 조금은 힘들었지만 이겨내고 나면 어디 갈 때마다 필수로 챙기던 손소독제를 어느 순간 챙기지 않게 되고,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날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다시 답답하게 느껴지게 된다. 또한,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와서인지 비가 무섭게 오는 날에도 이상 기온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말이 별로 다가오지 않기도 한다. 

"... 뭐 이런 얘기라고 써놔야지. 더스트 폴이 또 터질 수도 있다고 겁도 좀 주고."
"그렇게 써도 아무도 겁 안 먹을걸요. 매년 심해 더스트 잔류 보고가 나오는데, 이제 신경 쓰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그냥 거기다 디스어셈블러 갖다 뿌리면 된다고요"
"예전에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겠지.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지구의 멸망 끝에 다시 세워진 지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채워지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그럴 때가 있었지 하며 흘러가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과거가 되어 무뎌져 버릴지도 모른다. 코로나를 겪으며 이러한 바이러스와 새로운 병원성 미생물의 위협이 더욱더 잦아들 것이라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또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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