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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Oct 16. 2021

<피살>단편

뛰어가는 남자가 있었다. 열심히 그는 무엇인가를 피해.. 아니 누군가를 피해 도망가듯이 달려갔다.

그리고 그때 멀리서 한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빵...


총소리는 도주하는 남자의 심장을 향해 달려갔고... 정확히 관통했다.

그리고 또다시 총소리가 ‘빵’ 하고 달려왔다.

남자의 심장에 두 발의 총알이 관통하게 되었다.

남자는 거리를 얼마 걷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두발의 총소리에 남자의 심장은 구멍 나고 신음도 얼마 하지 못한 체 쓰러져 버렸다.


“젠장..”

“왜 죽이고 그래..”


“아까는 총 쏘라며..”


“그래 총을 쏘라고 했지.. 죽이라고 하지는 않았잖아..”

“아.. 정말 일을 곤란하게 만드네”


“무슨 소리야 총 쏘라면 맞으면 죽을 수도 있고.. 죽는 거지..”

“내가 어떻게 뛰어다니는 사람을 안 죽을 수 있도록 총을 쏴?..”

“내가 죽이고 싶어 죽인 게 아니란 말이야..”


“아 몰라..”

“시끄러.. 일단 뜨자고..”


두 명의 남자는 몇 마디 말을 던지고는 사라져 버렸다.

쓰러진 남자의 심장에서는 피가 흩어지며 거리는 빨갛게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쓰러진 남자를 향하여 비명을 지르고, 휴대폰을 들면서 급속하게 모여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웅성거리기만 할 뿐 아무도 남자를 만지거나 어떤 행동을 취하는 모습은 없었다.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남자의 피를 밟으며 남자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봐요.. 다들 비켜요..”

“이건 내가 치울 테니까.. 다들 빨리 사라져요..”


신경질이 잔뜩 난 여자가 나타나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모두를 흩어지게 했다.


“빨리 꺼지라고 신경질 나게 모여있지 말고..”

“저거 치울 거 아니면 다들 꺼져..”

“에이씨...”


여자는 잔뜩 화가 났다.

그리고 죽어가는.. 아니 죽은.. 어찌하건 쓰러져 피 흘리는 남자를 보며 욕부터 시작했다.


“에이 씨발..”

“도대체 몇 번째야..”

“이번 달에만 다섯 번째.. 왜 꼭 여기서 지랄들이야.. 허구많은 곳 중에..

여기서 이 지랄을 해서 나를 엿 먹여..“


여자는 가져온 빗자루와 까만 봉투를 쓰러진 남자 주변에 던지며 주변 사람들을 물리치고는 침을 뱉으며 남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퇘”

“심장에 구멍이 두 개났군.. 죽었네... 아이씨..

피는 왜 이렇게 많이 흘려.. 이거 누가 다 치우라고.. 아 짜증나.. 물청소 엄청해야...”


“.. 아...아... ”

심장에 두 개의 구멍이 생긴 남자가 신음을 했다.


“..아....ㅇ.....사..ㄹ..여..”


어.. 이씨.. 살았잖아.. 아 짜증나게..

여자는 갑자기 죽었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신음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머리를 들어 길바닥에 내리처 버렸다.


“팍..”


남자의 머리가 길바닥 시멘트에 부딪치며 터져버리고.. 신음하던 남자는 절명해버렸다.

에이 씨.. 죽이려면 처음 확실히 하지.. 아이 진짜.. 일을 이따위로..


“뭘 봐..”


‘아까.. 그 남자 살았었어.. 살려 달라고 했던 거 같단말야..“


“뭔 소리야.. 죽었어.. 죽었다고.. 심장에 구멍이 두 개나고, 피가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

어떻게 살아.. 죽었어.. ”


“아니 당신이 머리를 팽게 쳐서.. 죽은..”


“에이..씨..뭔 개소리야.. 죽은 거를 내가 확인한 것뿐이야..

그 정도면 죽은 거고.. 죽은 걸 당연하게 해 준 것뿐이라고...”

“내가 총질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이런 쓰레기 청소를 이 달에만 다섯 번째나 하는 거라고.. 얼마나 짜증 나는지 알아.. 이 피.. 거리는 누가 청소를 할 거야..

이.. 씨.. 니가 뭘 알아서 그딴 소리를 해..”


“아니야. 당신이 죽였어.. 당신이”


“저리 꺼져 이미 죽은걸 죽게 한 건데 뭐가.. 내가 죽여.. 그리고 이걸 누가 치우냐고.. 다들 지켜보고 아무 짓도 안 하는데.. 나라도 하는 거면 감사해야지.. 뭔 헛소리야..”


“말도 안 돼.. 그 사람은 틀림없이 실존했는데.. 실존한 것을 귀찮다고 부정하는 건 인간에 대한 모독이야... 모독..”


“아이 진짜.. 모독 같은 소리 하고..

이봐.. 어차피 이 남자는 심장에 두 개의 구멍이 나고 피가 이 정도 흘렀어.. 사람들이..

저기 저 많은 사람들이 이 남자의 피를 밟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이 사람은 응당 죽은 사람이야.. 그런데 죽은 사람이 응 응 되길래.. 내가 원래 죽어야 할 본분을 지켜준 것 뿐이라고..“

“에이.. 꺼져.. 난 청소해야해..”


여자는 몇 번의 찢어지는 쇳소리를 하고는 주위에 물을 뿌리며 빗자루 질을 하면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의 깨진 머리에서 나온 것들을 검은 비닐봉투에 처넣었고.. 그 외 남자의 피들과 흩어진 것들을 담아서 봉투를 가득 채웠다. 짜증 난 여자는 잠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손수레를 끌고 와 죽은 남자를 실고는 사라졌다.


여자는 정말 주변을 깨끗하게 치웠다. 더럽던 거리는 마치 새로운 포장을 한 것처럼 깨끗하게 물청소가 되었고 먼지 하나 없는 길이 되었다. 사람들은 여자가 사라지자 다시 남자가 쓰러졌던 곳으로 모여들었다. 물론 웅성거리는 소리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대화는 그들에게 없었다.


그리고 잠시


서로는 서로를 인식하더니 급격하게 외면하며 각자의 길을 무섭게 재촉했다.


남자의 피를 밟고 있던 사람들의 발자국은 한 곳에 모였다가 사발 팔방으로 흩어졌다. 잠시나마 실존했던 남자는 죽었지만.. 사라졌고.. 그의 죽음은 수많은 빨간 발자국 되어 버렸다.


   

그럼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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