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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닥 김훈 Nov 09. 2021

<하얀 꽃>단편

왼팔이 잘렸다.


1주일 전 병원으로 급하게 들어갔고 다행히 난 기억이 없다. 그런 기억은 없는 게 좋다.

그리고는 단숨에 왼팔이 사라졌다. 

양팔.. 그러니까 오른쪽 왼쪽 모두가 있었는데 지난 1주일 전에 나는 왼팔을 분실하고 

이제는 오른팔 하나만을 가지게 되었다. 


오른팔 맨…


음..

왼팔이 없으니 불편할까?

뭐 아직은… 그렇다.

아니..


음..


아니 많이 불편하다. 

왼팔이 없으니.. 항상 있던 왼팔인데 갑자기 없어지니 정말 많이 불편하다. 

우선 옷도 한 팔이 남고.. 밥 먹고.... 아씨..


가장 불편한 건 왼팔이 자꾸 가렵다는 것이다.

왼팔이 사라졌는데 나는 왼팔이 자꾸 가렵다. 


황망하게 남은 오른팔로 긁어주고 싶지만 긁어줄 왼팔은 없고.. 가렵고.. 아씨…. 정말..

나의 신경들은 아직 사라진 왼팔을 인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시각적으로 사라졌을 뿐 신경들은 여전히 

왼팔을 지지하고 있다. 그것도 간지럽게..


어쩐다.

왼팔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는 느낌이다. 

까딱 까닥..


어쩐다.


도리는 없다. 나의 사라진 왼팔을 인정하고 오른팔과의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한다. 다행히 존재하는 

양발에 전보다 많은 임무를 부여하고 … 나는 새로운….. 에이씨..


..


아직은 안된다. 

왼팔의 분실로 나는 생존했지만 아직은 안된다.

젠장 오늘은 자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왼팔이 너무 간지럽다. 간지러워..

..

남자는 결국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남자는 잠을 들었다. 하지만 주변은 모든 것이 혼돈한 상황이었다. 침대 위에는 이불과 베개가 용수철처럼 꼬여있었고 침대 밑으로는 옷들과 약봉지들이 주방에 있을법한 물건들과  제자리 없이 엉겨 있었다. 


몸부림치던 남자가 깨어났다.

남자는 왼팔로 침대 한쪽을 지탱하며 일어나려 했지만 남자의 팔을 허공에 있었다.


“에이씨…”


남자는 험한 욕을 생기로운 아침부터 던지고 몸을 움츠렸다 폈다 했다. 그리고는 다시 오른팔을 지렛대로 삼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좆같은 이라고..”


또 욕이 시작됐다. 남자는 욕을 하며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일상적인 일들을 두배 세배의 시간을 쓰면서 희망찬 아침을 시작했다. 수많은 욕들이 개새끼에서 쌍욕까지 다양하게 남자의 착실한 입에서 성실하게 나왔다.


굿모닝 베트남이랄까.. 아니면 쌍욕의 아침이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성은 개 같은 놈인 것 같다. 남자의 서른 가지 이상의 썅욕들이 아침부터 공간을 가득하게 메운다… 마치 벽지를 누르면 욕이 벌레들처럼 스멀거리며 배 창자를 터뜨릴 것 같았다. 


“에이 씨 Fxxxx!!”


아.. 씨.. 이제 미국 욕이냐..


왼팔이 없어지면 뇌 속에는 다양한 욕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촉진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그건 아마 사실일지도 모른다.. 삼십 년 가까이 존재하던 왼팔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욕 기능이..


개소리다. 이 남자의 인성이.. 그렇고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만나야겠다.

이렇게 내 의사를 물어볼 틈도 없이 왼팔을 주저 없이 보낸 인간을 만나야겠다.’


남자는 집을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30분이라는 차 시간이 필요했다. 거리와 차 안에서는 남자의 사라진 왼팔을 

궁금해하는 많은 사람들의 질문이 있었다. 


토크쇼.. 사라진 남자의 왼팔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왜… 남자의 왼팔은 사라졌을까요?

그것이 궁금하다…궁금… 자.. 오늘의 주인공 왼팔 없는 오른팔 맨을 소개합니다.

오른팔 맨 나와 주세요!!!!!!


뭐야~… 왼팔 없는 거 처음 봐..

뭐가 궁금해…. 


지나가는 미모의 여인이 갑자기 다가와 귀속말을 전했다.

처음 봐요..

왼팔이 없으면 그건 잘하나.. 왼팔이 없는 만큼 섹시하나..


뭐야 당신…


네에…~


지나가는 미모의 여인이 궁금해합니다. 왼팔 없는 남자는 그것도 잘할까.. 그것도 섹시하게..  말이죠…

오…모든 게 궁금하죠.. 안 궁금합니까.. 여러분..


미친놈들…


“이봐요 아저씨”

“병원에 다 왔어요”


“아,.. 네”


“여기요.. 만원입니다.. 요금..”


“아.. 죄송합니다… 여기”


택시는 남자를 남기고 사라졌다. 


“젠장.. 개 같으니..”


병원에 왔다. 

‘절단 전문 최외과’..  이 병원 이름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절단 전문이라니.. 일단 자르고 본다 건가.. 안 자를 수도 있는데.. 일단 자른 게 아닌가.. 이 개자식.. 

돌팔이 놈에게 걸려서..


"내 어서 오세요..

어.. 얼마 전 퇴원하신 분이시죠…. 얼굴이.. 기억나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의사선생을 보려고…”


“여기 들어오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의사라는 남자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냥 사각형 안녕을 쓰고 자기 모니터를 보면서 

나에게 형식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불편한가요?


..


왜.. 말이 없어요..


.. 네.. 왼팔이 가렵습니다.


아.. 왼팔..


..

“최간호사 처치실 가서 왼팔 아직 남아 있으면 긁어 드리고 와.. 간지럽다니까..”


뭐 이런.. 개…..


“이봐요.. 지금 무슨 소리예요!”


남자는 소리쳤다. 그리고는 화를 내며 욕 기능을 열심히 발휘했다. 하지만 사각 안경 의사는 

아무런 반응을 안보이며 모니터에 이런저런 타이핑을 하면서 또각또각 소리만을 냈다.


“조오크..  

..

입니다.”



“이보세요”

“지금 환자에게 장난을 치는 겁니까”


“풉..”


“이봐요.. 의사 선생님!”


남자는 단호하게 의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가능한 일이라면 왼손으로 저놈의 멱살을 잡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치고 싶었다.


“환자양반”

“그것은 일종의 환상통이라고 합니다.”

“당분간 아니 좀 더 긴 시간 동안 간지럽기도 하고 심지어 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아직 뇌가 왼팔 쪽 신경 그러니까. 아직 있다고 착각하고 신호를 

보내는 거죠.. 그리고 거기서 간지럼증 심하면 통증 등이 나타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음.. 적당히 망각하는 거죠.. 잊어야 해요.. 그리고 없는 왼팔을 인정하는 거죠.. 

물론, 당장은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신 왼팔이 잘렸기에 환자분이 살 수 있었으니까..”


“네?”


“당신 왼팔을 살렸다면 당신은 죽었을 거예요.. 왼팔 덕에 산 거니까.. 적당이 인정하고 잊어야 통증도 간지럼증도 사라져요”


“아.. 화낼 필요는 없어요..

사실이니까.. 내가 신속하게 그리고 환자분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절단했기에 

오늘 이렇게 보는 거예요.. 안 그랬으면 생명이 위독했을 거예요..:


“말씀을 좀 곱게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풉… 당신 왼팔에서 하얀 꽃이 피었는데 볼 마음 있나?”

“당신 팔을 적당히 배양해봤거든.. 그런 데 거기서 꽃이 폈어.. 신기해.. 볼 텐가?”


“머야 당신.. 이러고도 당신이 의사야.. 에이”


남자는 의자를 오른손으로 거칠게 밀어 던지며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갔다. 


“이봐 환자 양반.. 내가 진통제 처방했으니까.. 처방전 들고 가..”

“어차피 뇌를 속이는 거니까.. 먹어둬.. 좀 지나면 극심한 통증이 올 수도 있거든… 다만.. 걱정마.. 

다 환상이야.. 환상”


남자는 미친놈 같은 의사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미친놈..”

“저 새끼는 의사가 아니라 사이코 미친놈이야”


다시 밤이 되었다.

남자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었다.


스멀스멀.. 벌레들이 움직이면서 눈가를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벌레 한 마리가 눈 속으로 들어온다.. 들어온다… 하얀 작은 벌레가.. 눈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도대체 뭐야..’


남자는 왼손으로 벌레들을 눈에서 털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왼손은 허공을 다를 뿐 벌레를 잡아주지 못했다. 왼손을 계속 문지르고 흔들어봤지만… 벌레들은 눈 속으로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왼손.. 왼손..’


남자는 두 눈을 떴다.


조금씩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잘려나간 왼팔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벌레들이 사방에서 모이더니 왼팔 쪽으로 기어올라가 입에서 점액질과 살 조각 들을 토해내면서 

왼팔이 점점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벌레들은 사방에서 기어 나와 팔꿈치까지 만들더니 “끄릭 끄릭”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목과 

손가락 조각들을 토해내며 완전한 왼팔이 되었다.


왼팔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외팔의 손등에서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얀 꽃이 통증과 함께 살갗을 뚫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으으….


손등 위에 살들이 모두 피로 물들더니 하얀 꽃이 핏물을 머물면서 하얗게 피었다.


남자의 왼팔 손등 위로 하얀 꽃이 밤새 피었다고 한다. 




-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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