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목소~리가~ 들려~
앞편에서 말했듯 우리 한의원은 때로 앞머리(이마) 두통에 두통약이 아니라 소화제를 처방한다.
이런 직관적이지 않은, 즉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의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편은 한의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프롤로그다.
앗 잠깐만요… 원리..? 노잼! 이러고 닫으려는 당신..!
이건 원리인데 특이하게 한의학은 원리가 제일 재밌어요.
원리가 원래 제일 재미없는 거 아는데, 이건 진짜 재밌어요. 진짜!
원래 모두들 나에 대해 제일 궁금하잖아요, 나의 MBTI, 사주, 체형, 외모 등등…
이것도 내 몸에 대한 이야기라, 재밌답니다.
한의학을 이해하면 일종의 내 몸속 장기에 대한 MBTI 같다고 느껴져요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몸의 특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 몸속의 장기들은 어딘가 고장이 나면 그걸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예를 들어 간이 고장 나면,
간: 야! 나 고장 났어!! 나 이제 그만 아프게 해! 그러니까 술 그만 먹어! 스트레스 그만 받아! 화 그만 내!
이런 식으로 말한다.
어,, 근데 간은 말을 못 하는데?
간은 그래서 우리에게 다른 방법으로 자기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걸 티 낸다.
간은 우리 몸의 곳곳, 그중에서 자기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부위에 자기가 아프다는 걸 티 내기 시작한다.
간은 어떻게 티를 낼까?
1) 무릎을 구부리는 것보다 필 때 더 힘들게 만든다.
2) 눈은 건조하고 침침하게 만든다.
3) 피를 졸여서 변비를 만들고, 멍을 더 잘 들게 한다.
등등 여러 가지 증상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이런 증상을 통해
우리에게 자기가 아프다는 걸 알아달라고 소리친다.
만약에 신장이 아프다면?
간과 신장은 서로 영향력을 미치는 부위가 다르다.
신장은
1) 무릎이 아픈데 펼 때보다 구부릴 때 더 힘들게 만든다.
2) 전체적인 뼈 건강을 나쁘게 해서 무릎뿐만 아니라 허리, 이에 문제가 생긴다.
3) 특이하게도 추위와 더위를 둘 다 많이 타게 된다.
그럼 우린 이 원리를 어떻게 이용해서 치료하는가?
예를 들어 무릎이 아픈 환자가 오면, 먼저 무릎이 언제 아픈지를 본다. 굽힐 때? 펼 때?
펼 때 아프다 하면 간이 원인이 아닐까를 가장 먼저 의심해 본다.
간을 의심한 상태로 간이 아플 때 우리에게 말해주는 몸의 전체 증상을 본다.
눈은 어떤지, 변비가 있는지 등등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이 눈도 안 좋고 변비도 있고 멍도 잘 들고 등등..
모든 증상이 간이 원인임을 가리키고 있으면 유레카!
우리는 간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제 간을 치료하면 신기하게도 무릎이 낫는다.
우리는 이런 원리로 사람을 치료한다.
어, 나 눈도 안 좋고 변비도 있고 오후가 되면 피곤하고..
이거 다 내 증상인데 하는 당신, 사실 당신은 간이 안 좋을 확률이 높아요!
왜냐면 간은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장기거든요.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필수품이잖아요.
요즘 화가 늘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렇다면 간의 병이 아닐지 의심해 봅시다.
자, 나는 이렇게 환자를 치료하는 법을 아버지에게 배웠다.
나는 내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걸 알리고 싶다. 세상에 이런 치료방법도 있다는 것.
한의학이 얼마나 재밌는데!
아무도 이런 학문이자 의학인지를 모른다는 게 가끔은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다.
환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주고 싶다.
어린이들 중 누군가가 한의사가 되어 누군가를 치료하기를 꿈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