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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Feb 23. 2022

아침의 스무디

아보카도 스무디 - 이제부터 아침 식사는 이걸로 정했어!

우리의 오랜 아침 식사는 주로 빵이었다. 

토스트에 버터를 바른 것을 두 쪽 정도 먹는 것이었다.

달걀물을 입혀서 프렌치토스트를 할 때도 있고, 한동안은 땅콩버터에 열광하며 열심히 발라 먹었다. 


사실 일어나자 먹는 아침이 잘 먹힐 리가 없다. 

특히 아이가 문제였다. 

어려서부터 곧 중3이 되는 나이까지 아침 먹이기가 곤욕이었다. 


빵을 먹기 싫어하면 조미김에 밥을 작게 싸주거나, 좋아하는 몇 가지 반찬으로 아침을 차려주었다. 

맛있다고 먹어도 몇 번 연속되면 당연히 잘 먹지 않아서 아침부터 볶음밥, 고추장 비빔밥, 달걀밥, 고기도 구워줘 보고, 김밥도 싸주고, 채소와 후무스, 삶은 달걀, 샌드위치, 절편 구이 등 온갖 것을 돌려가며 해주었다. 

좋아하는 마카로니 샐러드도 때가 되면 올라오는 단골 메뉴였다. 

전날 저녁에 내일 아침에 뭐 먹고 싶냐고 보기를 여럿 주고 본인에게 선택하게 하면 그나마 나았다.

그래도 등교나 온라인 수업 시간에 맞추려면 늘 분주한 아침이다.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겨우 먹는 게 다반사였다. 

다른 때는 그렇게 잘 먹으면서 아침은 고역인 것이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할까. 

나도 늦잠 자느라 아침을 잘 안 먹고 다녔고, 그래도 멀쩡하게 키도 잘만 컸는데. 


아침을 먹고 양치할 때마다 거북해하는 아이를 보면 차라리 아침을 거르게 하는 것도 방법이련만, 마른 아이의 한 끼를 덜어낸다는 게 말이 안 되어서 차마 말조차 꺼내지 못하였다.

나처럼 죽을 좋아하면 아침마다 온갖 죽을 맛나게 끓여서 먹이련만.... 

질감이 영 별로라며 거의 유일하게 좋아하지 않는 게 죽이다.




몇 달 전부터 남편과 나는 아보카도 스무디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아보카도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작년 여름부터 우리 가족 전부가 채식 지향인이 되면서 고기도 안 사니까 아보카도 정도는 뭐, 라는 마음을 품게 되어서 먹기 시작했다. 


아보카도 스무디의 재료는 : 

아보카도, 바나나, 트리플 베리, 두유이다. 

이것을 믹서기에 갈면 끝이다. 


준비도 간편한 데다가 맛도 있고, 무엇보다 아침에 이것을 먹으면서부터 속이 더없이 편하고, 영양적으로도 훌륭하니 만족감도 있다. 

그래도 아이한테는 스무디를 줄 생각도 못했다. 

아이가 싫어하는 죽의 텍스쳐나 스무디의 텍스쳐가 거기서 거기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아이는 아보카도마저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어느 날, 스무디를 먹는 우리 앞에서 꾸역꾸역 마른 빵을 겨우 씹어먹는 아이를 보고 너도 이걸 아침으로 먹으면 좋을 텐데... 하였다. 

아이는 당연히 "아보카도 간 거잖아, 으~~" 하면서 싫은 내색을 하였다. 

"아보카도가 영양적으로 너무나 좋대. 그리고 이건 아보카도 맛도 안 나. 안 넣었다고 해도 믿을 걸. 하지만 속이고 줄 순 없잖아. 아보카도랑 바나나랑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와 두유가 들어간 거야. 좋은 게 다 들어갔는데 정말 맛있어. 엄마 믿고 한 입만 먹어 봐."


아이는 마지못해서 한 입 먹더니, 생각보다 괜찮았는지 먹던 빵을 밀어놓고 내가 먹던 스무디를 전부 다 먹었다. 

그다음 날부터 아이도 아침으로 스무디를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좋을 수가! 


이후부터 아이는 아침 식사를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되었고, 

식사 시간이 단축되어서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무엇보다 아침을 먹으면서 보였던 거북한 제스처와 식사 후 양치할 때 힘들어하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늘 아침으로 정해진 식단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삶의 여유를 준다.



그럼 아보카도 스무디를 만들어 보자.


바나나, 트리플 베리, 아보카도


두유 추가. 곱게 갈아진 스무디


색도 예쁜 걸쭉한 스무디 


이걸 밥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사용하기 편리한 냉동 아보카도


아보카도는 가끔 생과도 쓰지만, 역시 스무디에 편리한 건 냉동 아보카도이다. 

적당한 크기로 손질되어 잘라있는 냉동 아보카도. 

냉동이라고 더 싸진 않다. 그래도 편리성을 생각하면 이만한 게 없다. 

생과는 익나? 익나? 익었나? 아직인가? 하다가 다 같이 우아악~ 하고 익어버리니까. 

게다가 반을 갈랐는데 상태가 별로라서 여기 쳐내고, 저기 쳐내고 그러면 양이 안 나올 때도 있다. 


자기 전에 스무디에 쓸 분량을 그릇에 덜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자면 아침에는 알맞게 해동되어 있다. 


 

두유는 매일 두유 99.9 %


셋이서 1리터 두유를 3일에 하나씩 먹는다. 

가당이 안 되어있는 두유이다. 

아보카도도 차갑고, 두유도 냉장고에 있던 거고, 트리플 베리는 냉동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두유만큼은 데워서 온도를 맞춘다.

스무디가 차가운 게 더 맛있지만, 아침부터 너무 차가운 것 좋지 않아서이다.

두유를 따끈한 정도로만 데워서 넣으면 차갑지 않은, 그렇다고 미지근해서 싫지는 않은 스무디가 된다.



단 맛을 책임지는 바나나


바나나는 크기에 따라 세 식구 용도로 한 번에 2개, 혹은 3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두 송이씩 사 둔다. 

하나는 좀 덜 익은 것으로 사면 딱 알맞다.

바나나의 당도가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때에 따라서 꿀을 조금 첨가해도 괜찮다.

우리도 초반에 아이가 더 잘 먹으라고 꿀을 조금씩 섞어서 만들다가 지금은 빼고 만드는데, 꿀의 달콤함이 느껴지는 것도 좋다.



냉동 트리플 베리!


2.3kg짜리 대용량 냉동 트리플 베리를 사놓고 쓴다. 

이건 냉동된 것을 아침에 한번 세척해서 사용한다. 

이걸 사용하면 씨앗이 느껴진다. 블랙베리와 라즈베리에는 작은 씨앗이 들어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그게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도 아니다. 

아이에게 씨앗이 느껴지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좋지는 않은데, 그게 먹기 싫은 정도는 아니라고 하였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작은 씨앗이 거북한 사람은 블루베리로!!!


그래서 냉동 블루베리도 사보았다. 

트리플 베리 대신 블루베리로만 넣어서 스무디를 만들어 보았다. 색감도 꽤 많은 차이가 있다. 



왼쪽이 트리플베리, 오른쪽이 블루베리다. 색 차이가 확연하다.


그렇다면 맛 차이는?

새콤한 맛이 조금 더 가미된 트리플 베리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작은 씨앗들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 (그렇다고 블루베리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 식사 유목민에게 스무디를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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