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의 제주일기 -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두 달 살기
이틀 만에 돌아온 근무날. 아침 일찍 (이라고 해봤자 9시반) 일어나 씻고 나와서 청소 준비를 한다. 시리얼로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날씨는 잔뜩 흐리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색에 회색 섞인 바닷빛. 제주에 온 이후 두번째 비를 아마 오늘 보게 될 것 같다.
갑자기 온 예약 전화를 받아 예약 엑셀 시트에 기록해두었다. 그 사이 매니저님께서 홀 청소기를 돌려주셨다. 나는 이럴 때 굳이 달려가서 "제가 할게요!"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해주시면 넙죽 감사합니다 하는 타입이라, 역시 오늘도 그렇게. 청소기가 멈추는 대로 바로 바닥을 닦을 수 있게 잽싸게 물걸레를 준비한다. 물걸레질을 마치면 이제 객실 정리를 할 차례다. 연박하시는 여자손님 두 분이 아직 방에서 외출 준비를 하시는 것 같다. 앉아서 기다려야지.
매니저님께서 커피 마시지 않겠냐 하셔서 아이스 라떼를 부탁드렸다. 난 언제나 곧 죽어도 아이스! 그 중에서도 라떼를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서 건네받은 커피는 일명 '김녕라떼'. 블루 큐라소 시럽을 이용해 바다색을 내는 이 라떼는 김녕의 어느 카페에서 '김녕라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유명해졌다. 이제는 김녕라떼를 시작한 카페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이 파란 라떼가 김녕라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조금만 커피와 카페투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 아는 것 같은, 김녕바다를 닮은 이 라떼는 마실 땐 커피와 시럽을 모조리 섞어야 한다. 그런데 맑디맑은 파란색이 커피와 섞이면 거무죽죽한 녹색을 띈다. 그래서 붙여진 또다른 별명이 바로 '녹조라떼'다. 섞기 전엔 세상 예쁜 비주얼인데 막상 먹기 위해 섞으면 못생겨진다니! 같은 커피잔에 김녕앞바다와 녹조가 함께 담긴다는 건 참 재밌다. 먹기 전에 열심히 인스타용 사진을 찍고 휘휘 저어 마신다는, 두 가지 빛깔, 두 얼굴의 김녕라떼. 맛은 달달하니 녹조라떼란 별명이 안타까운 맛이다.
바깥 날씨가 좋아서 김녕라떼와 같은 빛의 푸른 바다가 보이는 날 한 번 더 마셔야겠다. 하긴 오늘도 비슷하긴 하다. 물론 섞고 난 후의 빛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