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사고를 목격한 임산부

by 주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다녀온 날이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은 분만 전문 병원이지만 2차 병원 정도 인 대학병원은 아닌 그런 크기의 병원이다. 그래도 동네에 20년 정도 된 병원이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다 아기를 낳고 그래서 굳이 대학병원을 갈 필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했다. 아마 고위험군 산모가 되지 않는 이상에야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집에서 가까운가? 추천받은 곳으로 갈까? 이렇게 두 가지였는데 친한 언니의 적극 추천으로 집에서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다닐만한 거리의 병원으로 다니게 되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택시나 차를 타고 가고 아니면 천천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도 좋을 만한 거리. 한겨울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서늘한 공기를 맡으며 가는 길은 나름 운치도 있었다.


병원 엘리베이터는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좁지만 개방감이 있는데 사건은 거기서 발생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응급실 의료진들이 다급하게 다음 거를 타라고 했고 거기서 어머 응급환자인가 보네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는 중에 유리 밖으로 보니 응급환자는 방금 태어난 신생아인 듯 바구니 카시트가 꽁꽁 싸매져서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


'부디 한 생명이 살기를'


요즘 들어 더 감정적이 된 임산부는 감정 이입이 더 컸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아이를 낳고 바로 큰 병원으로 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아득할까 걱정이 된 터였다. 그래도 의료진들이 빠르게 대처를 하고 근처에 대학병원도 차로 5분이면 닿는 거리이지 잘 살겠지 하는 찰나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밖을 다시 보니까 구급차가 출발하려는 찰나 뒤에서 오던 자동차와 접촉사고가 난 것 같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이 정적에 휩싸여 걱정 어린 소리를 뱉어냈다. 나 또한 큰 동요는 없었지만 순간 사고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왜 구급차는 빨리 출발을 하지 않지? 일단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구급차면 빨리 출발을 해야 하지 않나?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계속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병원 진료를 보러 들어갔는데 간호사들이 다 창밖에 붙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불안감이 옮은 것일까 그날 나는 최고혈압 160을 찍고 담당 간호사님의 진정 호흡? 요법으로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가슴이 떨리거나 두근거리진 않았는데 많이 놀랐었나 보다.


'아기는 괜찮을까? 산모는 저 상황을 알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혈압이슈는 놀라서 그런 걸로 마무리를 하고 다음 진료 예약을 하고 돌아오는 길 밖에 나가보니 이제야 사고 수습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구급차가 비켜 있는 걸 보니 아기는 무사히 다른 차로 이송되어 간 듯하다. 그리고 도로에 나뒹구는 파편들을 보니까 생각보다 강한 충격으로 사고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참.. 이게 목격자도 아니고 뭔지..


누가 잘못했는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참 구급차 소방차 등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뒷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어서 그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사고였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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